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더 로드 - 인류에게 희망의 불씨를 남기고 떠난 아버지

효준선생 2010. 1. 5. 00:52

 

 

 이 영화 리뷰는 Daum 무비로거 리뷰 포스트입니다

 

 

 

 

 

 

 

 

 

 

좋은 영화를 보고나면 집에 올때까지 그 여운이 남아서 뭔가 글로 남기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박증이 생깁니다.


무릇 아버지들은 자신이 죽을때 남겨진 자식새끼들을 가장 걱정한다고 합니다. 다들 성인이 되었음에도 그건 남자가 아버지로서 해야할 마지막 걱정인셈이죠.

최초의 아담이 인류의 씨를 퍼트리기 시작하면서 인류의 종말도 언젠가는 맞부딪혀야 하는 숙명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근세기 들어 인류는 그 숙명의 재림을 조금씩 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자연재해로, 혹은 핵전쟁으로 그 무엇이 될지 모르지만 불안한 조짐은 몸안에 자라나는 암세포 마냥 싹을 티우고 올라오는 중일지 모릅니다.


어두운 밤길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이라고 합니다. 아까부터 자신을 쫒아오는 낯선 발걸음, 그리고 저만치 어둠속에서 담배를 피우며 자신을 응시하는 사람들...

어둠이 무서운 게 아니라 결국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가장 무서운 존재는 바로 사람입니다.


영화 더 로드는 굉장히 무거운 영화다라는 평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흑백에 가까운 컬러톤, 별다른 사건 사고도 없이 거의 두명의 배우에 의해 이끌려 가는 스토리, 화려한 것이라는 눈꼽만큼도 찾아 볼 수 없는 미쟝센, 그런데도 뒤로 갈수록 긴장하게 만드는 것은 역시 아버지 역의 비고 모텐슨과 아역배우 코디 스미스 맥피의 실전을 방불케 하는 지난한 力程을 볼 수 있어서 일겁니다.


지구는 피폐해졌습니다. 그이유가 전쟁이든, 자연재해든 그건 이영화에서 중요하지 않습니다. 잿빛 가루가 수북한 것으로 봐서는 핵전쟁일 듯 싶고 중간에 나무가 쓰러지고 땅이 갈라지는 것으로 봐서는 지진같기도 한데 하여튼 아들과 부자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남쪽으로 길을 재촉합니다. 그건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라져 버린 어머니로 대변되는 모성의 마지막 부탁이기도 합니다.   


피난인 셈입니다. 그런데 생존자라고는 그 둘밖에 없는 세상에서 피난이라는 말이 어울리나요? 오히려 여유자작할 수도 있을 겁니다. 단, 생존에 필요한 물자가 제공된다면 말이죠. 그런데 그게 없습니다. 폐허가 된 건물안, 극장으로 보이는 곳에서 찾아낸 자판기 속의 콜라, 그게 유일한 먹거리입니다. 그런데 잠시후 그들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이 나타났습니다. 그들이 어떻게 생존했는지 그들은 어떻게 생존해 가는지 그것도 중요한 단서는 아닙니다. 그들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늑대나 여우같은 사나운 동물이라고 해도 별로 심각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동물들도 생존에 관한한 여지가 있어야겠지만 동물 역시 보이지 않는 그곳에 그들은 동물처럼 인간을 잡아 먹고 살아갑니다. 그들을 배치해둔 이유는 아들이 극중에서 끊임없이 아버지에게 묻는 선한 사람, 악한 사람의 차이점, 이부분에선 아이가 정신적으로 강박증을 앓고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잘 들어보면 어디선가 들어본 구절이 아닌가요. 그것은 종교입니다. 일주일에 한번 교회에 가면 듣게 되는 선과 악에 대한 아주 오래된 구두선.


아이는 카니발리즘이라고 하는 食人을 선과 악의 경계로 보는 것처럼 말합니다. 맞습니다. 지금도 우리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권력과 부를 이용해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 악행을 서슴치 않고 하는 동물과도 같은 식인종에 둘러싸여 살고 있지요.


아주 우연히 부자는 누군가가 방공호에 마련해둔 통조림을 비롯한 비상식량을 만나게 됩니다. 아주 오랜만에 목욕도 하고 잠시 해피해질 순간 또 누군가의 방해를 받습니다. 아이는 개라고, 아버지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결국 그 짧은 행복은 너무나 순식간에 종결됩니다. 이것도 우리 일상의 모습이 아닐까요. 하루에 행복의 순간은 얼마나 되고 행복하지 않은 순간은 얼마나 될까요. 영속할 수 없는 행복을 마감한채 그들은 다시 길을 떠납니다.


자신이 아흔이라고 하는 할아버지를 만나고 그와 잠시 이야기를 나눕니다. 할아버지에게도 자식이 있었지만 채 말을 맺지 못합니다. 무슨 사연이 있었나 봅니다. 그리고 그는 말합니다. 조물주가 만들어 놓은 것들은 이제 모두 사라지게 되었다고...간신히 생존한 자신같은 사람들이 죽으면 이제 인류는 종결부호를 찍어야 하는 것일테니까요.


아버지는 자신을 엄습해오는 죽음과 맞서 싸울기 보다 오히려 아들을 지키는데 더 사력을 다합니다. 알 수 없는 공격을 받고 부상을 당하면서도 아들을 지켜주겠다고 하고 바다에 가서 도적질을 당하면서도 빼앗긴 물건을 찾기 위해 끈질긴 모습을 다합니다. 아들은 도둑놈을 위해 선을 베풀자고 하지만 아버지는 아들에게 자신의 운명뒤에 남겨질 아들에게 스스로를 지킬 힘을 만들라고 합니다.


그들은 남쪽으로 향하지만 채 닿지 못하고 바다에 이릅니다. 아버지는 그곳에서 숨을 거두며 아들에게 총을 건네 줍니다.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주지 말라고, 그리고 가슴속에 불씨를 담으라는 말을 유언으로 해줍니다.


엔딩컷, 유일한 기댐목이었던 아버지의 상실속에서 아들은 어디서 왔는지 모를 새로운 가족을 만나고 인류는 그렇게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안게 됩니다. 아버지가 말한 불씨는 꺼트리지 않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긴장과 침묵이 흘렀습니다. 그건 이 영화가 가지는 몰입할 수 있는 드라마적 요소때문일 겁니다. 정말 미래의 우리의 모습이 될 수 있을 것 같고 내 자신이 바로 저기에 있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게 아들이 있다면 난 아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길에서 만난 할아버지(로버트 듀발)는 잘 보이지 않는 탁한 눈동자를 껌벅거리며 아들을 향해 "천사가 강림할 줄 알았어. 그래서 내가 이제 그만 살아야 하나보다"라고...중얼거립니다.  


먹(墨)의 농담(濃淡)으로만 그려낸 듯한 진중하다 못해 그 심연의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속으로 빠져들게 만든 영화 더 로드,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한 여성관객이 말합니다. 진짜 저렇게 될까봐 애를 낳지 못하겠어...전 씁쓸하게 웃었습니다. 과연 극중 아버지는 실패한 인생일까요? 왜 그렇게 고생을 하면서 남쪽으로 아들과 함께 길을 떠난 것일까요.

아버지는 아들에게 다시 인류의 생존을 도모할 길을 알려주고 떠난 것 같아요. 그래서 영화 제목이 더 로드인 거구요.


영화를 보는 오늘 눈이 정말 많이 내렸습니다. 황폐하기 그지없었던 영화속 그 길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힘든 귀가길이었습니다.  비고 모텐슨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이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말로 리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