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아스트로보이 아톰의 귀환 - 아톰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영웅이다

효준선생 2009. 12. 29. 00:29

 

 

 

 

 

 

어린 시절 지금처럼 다양한 오락거리가 없었을때는 텔레비전에서 해주는 만화영화를 보는 게 최고의 즐거움이었다. 아이들과 골목에서 뛰어 놀다가 아톰 할 시간이다라고 날 부르면 친구들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각자 자기 집으로 향했다.

그 시간이라는게 대개는 저녁 먹을 시간이기도 해서 어머니들은 아이들을 집으로 불러들이는데 그 보다 좋은 사탕은 없었다. 그만큼 만화영화는 하루의 외부생활을 마감케하는 무기였으며 특히나 유난히 로봇이 등장하는 만화가 많았던 것도 특징이었다.


마징가, 그레이트 마징가, 짱가, 독수리 오형제등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으며 그보다 조금 이른 아이템은 바로 아톰이었다. 나중에 그게 일본만화였다는 알았지만 당시에 국적을 따져가며 애국심을 요구하기엔 너무 어린 나이였다.

지금은 아톰의 원형과 코주부 박사정도만 생각이 날뿐 줄거리는 전혀 생각조차 나지 않지만  아무튼 악의 무리를 무찌르고 정의를 위해 싸우는 내용정도로 기억이 난다.


그런데 오늘 본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 영화 아스트로보이; 아톰의 귀환은 새로운 내용이 아닌가 싶었다. 비주얼은 둘째 치고 수십편에 이르렀던 각종 에피소드는 아주아주 단출하게 아톰의 탄생과 나쁜 총리 후보자 한명과의 전투를 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93분의 짧은 영화속에 어른 들이라면 금방 눈치챌 사회적 현상을 담고 있었다. 아이가 죽었다. 부모라면 누구나 슬퍼할 것이다. 혹은 클론의 힘을 빌어서라도 복제하고픈 심정, 그게 바로 아톰의 탄생이었다. 새롭게 태어난 자신의 아들, 토비. 하지만 아버지이자 창조자는 그걸 부정한다. 로봇이라는 이유에서, 자신을 만들어낸  버려진 토비는 자신이 살고 있는 곳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 떨궈진다. 그곳에는 전쟁으로 여겨지는 후유증속에서 고아들이 살고 있고 남은 것이라고는 버려진 쓰레기와 그런 기계를 주워다 만든 고철덩이 로봇들 뿐이었다. 토비는 고아친구와 망가진 로봇들로부터 아스트로라는 이름과 환대를 받지만 그곳도 그다지 평화로워 보이지 않았다. 햄이라는 자는 겉으로는 아이들을 보살펴 주는 척 하지만 경쟁만 부추키고 로봇들은 죽어도 되라는 식의 생명경시에 빠져있다.

세상은 잘사는 사람들이 사는 높은 곳과 못사는 사람이 사는 낮은곳으로 나뉘어 보여진다. 잘사는 곳에 사는 사람들속에는 스톤이라는 자가 독재를 꿈꾸며 다음 선거에서도 압승을 하기 위해 토비의 가슴속에 있는 블루 코어를 얻으려고 한다.

그이름도 영악스러운 피스키퍼는 스톤박사의 대변인이다. 스톤은 악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레드 코어를 장착하고 직접 피스키퍼를 몰며 토비와 싸우려고 한다. 

어느샌가 영화는 만화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을 그리는데 몰두하고 있다. 빈부의 차가 극심해지면서 사회의 양극화는 극중 윗동네 아랫동네로 나뉘고 독재자 스톤은 지금도 충분히 가지고 있으면서도 더욱 소유욕에 미쳐 날뛰며 거대한 괴물로 변하고 있다. 윗동네는 스톤의 횡포로 갈아앉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아톰이 나서서 윗동네 전체를 떠받들려고 한다. 그런데 그건 떠받드는게 아니라 아랫동네로 연착륙을 시키는 장면이었다. 무엇인가. 아주 천천히 내려온 윗동네는 그렇게 해서 아랫동네와 상생과 균형을 이루게 된다. 극중에는 여러 캐릭터의 로봇이 등장한다. 그중에서 조그라는 고철 덩어리 로봇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장났다고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았던 고철덩어리는 아톰이 에너지를 나누어줘 살아났다. 햄 때문에 조그와 아톰이 싸우게 된 순간에도 조그는 아톰에게 화해를 청했다. 로봇이지만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이 아닌가. 영화 마지막 순간에도 아톰이 위기에 처해있을때 조그는 또 한번 힘을 쓴다.  


작은 몸짓에 불과하지만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는 아톰, 갖가지 사회적 부조리와 탐욕이 횡행하는 극단의 세상속에서 과연 아톰은 독재자 스톤의 아욕을 물리치고 사회갈등을 봉합할 것이며 자신을 만들어준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날이 올까?


이 영화가 2탄이 나올 가능성은 농후하다. 아직도 다 해결되지 않는 것들도 많다. 스톤박사는 죽지 않은 것처럼 보였고 라스트 씬처럼 외계인들의 창궐도 눈앞에 둔 듯하다. 아톰의 그래픽은 마치 고무인형을 보는 듯 보드랍고 탄력이 있어보인다. 새로운 컨셉의 아톰은 세대를 뛰어 넘어 요즘 아이들에게도 히어로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함께 하기에 좋은 애니메이션 추천작이다. 

 

 본 포스트는 프레스블로그로 송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