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샘터분식 - 명동 인디스페이스에서의 마지막 영화관람을 아쉬워하며

효준선생 2009. 12. 25. 05:18

 

 

 

 

고층 아파트에 살고 있다. 창밖을 내다 보는 일이 별로 없어서인지 간혹 내가 19층에 사는지 아니면 땅바닥에 사는 지 알 수가 없다. 이곳은 공중에 고립된 섬이나 다름이 없다. 이웃이 누군지 알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저층에서 올라오는 엘리베이터안에서도 무표정한 얼굴로 다른 곳을 쳐다보고 눈도 마주치려 하지 않는다.

만약 이곳이 골목으로 된 그런 주택구조였다면 그럴리 없다. 난 이제 땅바닥으로 내려가고 싶다. 사람은 그렇게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홍대는 자주 가는 곳은 아니지만 그곳에 가면 즐거운 마음이 든다. 젊은 아이들도 많고 에너지가 넘친다. 그리고 그곳은 아직까지는 고층건물이 즐비한 강남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주기 때문에 정겹다. 사람사는 마을이 아직 있다. 골목안에는 작은 분식집이 있고, 지하에는 내일을 위해 꿈을 꾸는 언더그라운드 밴드들의 연습장소와 공연장이 있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그곳엔 대한민국의 내일을 걱정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가치를 마련하는 젊은이도 있다.

영화 샘터분식은 젊은이들의 천국, 홍대근처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의 모습을 담고 있는 일종의 다큐멘터리다. 3일이라는 프로그램을 즐겨본다. 줄거리도 없다. 그저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죽 훑어가는 그런 프로그램이다. 인간극장처럼 감동을 짜내기 위해 작위적인 기다림도 없다. 정해진 짧은 시간이 지나면 이들은 철수한다.

영화 샘터분식도 일정기간 그곳에 카메라를 두고 그 프레임안에 찍힌 사람들을 골라낼 뿐이다. 분식점 여사장님, 언더그라운드의 가수 겸 작곡가 그리고 진보정당에서 일하는 젊은이가 주로 나레이터 혹은 인터뷰이도 등장하지만 실상 그들의 말보다는 그들을 스쳐지나가는 그곳의 사람들, 그리고 물상으로서의 홍대가 갖는 이미지가 더 눈에 들어왔다.

이들 뿐 아니라 서브 인터뷰이 3명이 솔직히 더 진솔해 보였고 역동적이었다. 누가되었든 이 영화는 이제 언제 만날지 모르겠다. 오늘은 대략 마지막 상영(종영은 12월 25일 저녁)이었고 내년 어느 기획전에서 이 영화가 상영된다면 2009년이 다가는 어느날 이제는 사라질 명동 인디스페이스에서 외롭게 혼자 보았노라 기억할터이다.


영화가 끝나고 홍대 상상마당으로 향했다. 홍대와 관련된 영화를 보고 붕 날아서 홍대로 가자니 샘터분식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