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영도다리 - 누가 이 여고생을 힘들게 하는가

효준선생 2009. 12. 20. 12:35

 

 

 

 

 

한 소녀는 남산만한 배를 그러안고 힘겨워 한다. 그리고는 어느 병원 아이의 눈도 제대로 마주쳐 보지 못한 채 간난 아이는 어미 젖도 한번 빨지 못한채 어디론가 입양된다.

입양동의서에 지장하나 찍어주자 손끝에는 붉은 인주만 남았다. 병원에서 준 탯줄을 변기에 버리면서 그렇게 어미와 자식의 인연은 끝이 났다.

일상으로 돌아온 인화(박하선 분)는 무료하다. 학교도 가지 않고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아 돌아다닌다. 그녀에게는 친구가 하나 있다. 어느날 그녀의 전화를 받고 나가니 원조교제인데 대신좀 나가달라는 말이다. 친구를 밀치고 돌아서는 그녀의 눈앞에는 동네 양아치들이 또래 아이를 구타하는 장면만 보인다.

다른 쪽에서는 초등학생의 돈을 갈취하는 중학생의 모습도 보이고 담배를 피우는 학생을 나무라는 어른이 집단으로 구타를 당하는 모습도 보인다.

부산 영도다리 아래의 마을에서 발생하는 일들이다. 영화 영도다리는 이처첨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개인에 대한 사회병리적 폭력현상을 단순하고도 드라이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안에는 아프지만 울지도 않고 고통스러움도 잠시 뿐이다. 조금 지나면 언제 그랬냐싶게 일상으로 돌아간다. 마치 전체가 몰핀에 중독된 것처럼 말이다. 아이가 담배를 피운다고 두드려 맞는 장면에서도 주인공 인화는 그저 구경만 한다. 취객이 바닷가에서 오줌을 누다 실족했지만 역시 아무일도 아닌 듯 뒤돌아 그 자리를 떠난다.


무엇이 일상이고 무엇이 특별한지 나레이터로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주인공이 자리를 털고 일어서면 한참을 비어있는 피사체만을 응시할 뿐이다. 그게 바로 감독의 눈이다. 바람이 머무는 곳 히말라야를 찍은 전수일 감독의 풍은 고스란이 이 영화에도 묻어났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시퀀스를 길게 찍는다. 의미가 없어 보이지만 나레이션을 대신하는 거라고 믿고 싶다. 그렇게 보지 않는다면 이 영화가 지루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영화의 뒷부분은 좀 긴박하다. 아무렇지도 않았던 인화는 갑자기 자신의 아이를 찾아야겠다면 입양기관을 찾아간다. 하지만 수차례 거절당하자 폭력이 난무한다. 그리고 결국 아이를 찾아 프랑스로 향한다.


I Came...을 반복하는 그녀...영화는 그렇게 끝을 맺는다.


이 영화에서 인상깊은 장면 하나를 꼽고 마무리 하자면 노래방 장면이다. 부감으로 찍은 것 같은데 외부에서 들여다 보이는 이웃한 방, 한쪽 방에서는 아마 선배가 후배를 폭행하는 장면이 보이고 다른 방에서는 신나게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잠시후 폭행당한 후배는 옆방으로 들어와 다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우리의 현실이 아닐까 바로 옆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도 없고 알고도 수수방관할 수 밖에 없는 사회 불감증. 이 장면은 가장 멋진 장면으로 꼽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