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아바타 -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효준선생 2009. 12. 18. 01:59

 

 

 

 

 

 

 

 

 

 

 

역사를 좋아한다. 영어 수학을 더 좋아했으면 지금과 다른 인생을 살고 있을지 모르지만 제나라 역사는 뒷전으로 던져놓고 남의 나라 말을 기초과목이라고 하는 한국에서 역사의 중요성은 아무리 떠들어도 소용없는 짓인가 보다.

콜롬부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 그곳에 있던 원주민을 보고는 분명히 놀랐을 게다. 뭐 저렇게 생긴 동물도 있나 하고 물론 그 이전부터 그땅에 살고 있던 그 이름도 신성스러운 마야족, 잉카족은 그 소멸의 원인도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분명 이민족의 들볶음도 한몫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자기 나라 땅덩어리가 얼마나 큰지도 모른채 땅따먹기에 열중하던 때가 있었고 그 지시는 대개 황제라는 인간이 버티고 있던 시기라 제국주의 시대라고 한다. 그들은 땅뿐이 아니었다. 땅속에서는 각종 보물들을 캐어내 본국으로 가지고 갔고 인간들은 잡아다 노예로 팔아먹었다. 그게 당시엔 약육강식이라고 해서 면죄부를 스스로에게 주곤 했다. 결국 힘없는 원주민은 지금까지도 멸시의 대상이나 심지어 종족 소멸의 위기에 이르기도 했다.


오늘날 개발도상국에서는 기존에 있는 것은 더럽고 불편한 것이니 다 때려부수고 그 자리에 멋지고 근사한 것으로 대체하자는 붐이 일고 있다. 2009년 봄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인 용산에서는 대로변에 있던 건물이 헐리고 그 안에서 자신의 재산권을 주장하던 사람들이 숨을 거두는 참변이 발생했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많은 사람이 죽었고 아직도 책임소재를 가리지 못한채 한국은 그곳을 건드리기 불편한 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말은 다 하지 않지만 근원적인 이유는 결국 자기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그럭저럭 잘 살고 있는 그곳 사람들에게 그곳을 포함해 주변에 크고 멋진 집을 지어줄 테니 돈을 더 내거나 만약 그럴 돈이 없다면 이사비용을 줄테니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한다. 누가 그걸 원했나?

개발독재에 사로잡힌 그 사람인가? 아니면 돈벌이가 되는 장사에 빠질 수 없는 건설사 재벌들인가. 이 부분에서 혹시 제임스 카메론은 용산참사를 에견하기라도 했단 말인가. 나비족의 집단 거주지인 홈트리가 미사일 몇발에 맥없이 넘어가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안좋았다. 그 나무 아래 돈이 되는 광물때문이라고 하지만 정작 그 위에서 살고 있는 나비족에게 그 광물은 아무런 가치도 없는 셈인데, 침략군에 의해 살던 곳을 잃고 만 것이 아닌가. 그것도 모자라 대피한 영혼의 나무가 있는 곳마저도 대규모 폭격으로 없애버리려고 하니 나비족에겐 성지나 다름없는 곳인데...2009년 한국인에게 영혼의 나무는 무엇이며, 성지라고 할 만한 곳은 남았는지 묻고 싶어졌다.  


미국사람들이라고 사회문제에 눈을 감고 살지는 않는다. 유난히 사회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해 여러편의 영화를 통해 고발해낸 감독도 있다. 그런데 제임스 카메론이라는 감독은 뜻밖에도 비싼 돈을 들여 사회고발영화를 들고 나타났다. 사람들은 환호를 넘어서 경악을 했다. 심지어 세상의 영화는 아바타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까지 서슴치않고 했다.

설마 그정도일까. 영화를 보고 난 뒤 나 역시도 대단한 공력임을 부인할 수 없었다. 그저 눈에 보이는 총천연색 껍질을 보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화려한 스크린 테크닉은 수박의 껍질에 불과했다. 정작 내용은 안쪽에 있는 수박알맹이에 있었다. 난 입체도 아니고 아이맥스도 아닌 일반 디지털 영화로 보았지만 내겐 화려한 화면뿐 아니라 감독이 짚고 넘어가고 싶었던 오늘날 우리 인류의 모습, 그리고 그게 미래로의 전이가 어떻게 될지 그걸 더 보고 싶었던 이유였다.

볼거리는 그 부산을 떨었던 트랜스 포머가 나왔을때와 비교해도 일취월장했다. 갖가지 그동안 영화속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새로운 개념의 볼거리가 푸짐했고 그건 영화속 화면이 아니라 색채미학의 승리였다. 북 찢어 달력 대신으로 한달 정도 걸어놓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제이크와 네이티리 사이에는 러브라인이 형성되지만 그것도 부수적인 것이다. 이미 그는 아바타로 살면서부터 그게 해치워야 할 미개한 존재가 아니라 더불어 살아야할 우리 인류의 미래라고 본 것이다. 자원은 고갈되고 그로인해 인류의 생존욕구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콜롬부스가 그랬듯이 우린 미개척지를 향해 바다위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게 인류 모두를 위한 것처럼 말하지만 영화속에서처럼 재벌회사와 이미 누릴 것은 다 누린 일부를 위한 것이 아닌지 묻고 싶었다.

영화 막판 제이크를 돕기 위해 기수를 돌려버린 여자 조종사와 부대안의 과학자 몇몇처럼 양심을 팔지 않을 사람이 있어 간신히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영화 아바타는 사회적 함의를 포함해 수많은 이야기거리를 담고 있다. 에이포 한 장으로 다 하지 못할 말들, 최소한 아바타를 보고나서 에스에프 영화가 다 그렇지, 볼거리가 부실하네라고 하는 것은 10년 넘게 한 작품에만 매달려 진가를 뽑아낸 감독에게 참으로 못할 말을 하는 것이다. 그동안 나는 뭐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