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일렉트릭 미스트 - 안개속에서 노익장을 과시하는 토미리 존스

효준선생 2009. 12. 17. 01:15

 

 

 

 

 

 

 

토미리 존스의 대표작은 아무래도 맨인블랙이 아닐까 싶다. 검은 정장에 별다른 표정없이 깊게 패인 주름살로 승부를 걸던 그, 오랜만에 그가 나온 영화 두편, 지난주 엘라의 계곡에 이어 오늘 일렉트릭 미스트를 보았다.

역시 진중한 노신사의 풍미를 보여주었다. 엘라의 계곡에서는 아들을 잃은 퇴직 경찰로, 일렉트릭 미스트에서는 여전히 현장을 누비는 늙은 형사로 등장했다.

일렉트릭 미스트는 범인이 누군이지를 밝히는 전형적인 형사물이다. 그런데 그가 노리는 용의자는 두명이다. 다시 말해 범인이 최소 두명이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그가 두개의 사건을 동시에 해결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40년전 이 동네에서 흑인 한명이 총에 맞고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때 어린 나이였던 그는 누가 그 흑인을 죽였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물고 늘어진채 세월을 다 보냈다. 그런데 최근들어 루이지애나에 다시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모두 어린 여자들, 성폭행의 흔적이 남았고 범인은 오리무중인 상태다.

늙은 형사 데이브는 그곳에서 범인의 흔적을 찾기 위해 애를 쓰고 결정적인 용의자로 동창인 베이비 핏을 지목한다. 그는 이 일대 연예계의 대부이자 돈많은 유지로 늘 여자를 끼고 살고 있다. 데이브는 그를 찾아가서 단서를 발견하려고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살해위협이었다. 애꿏은 여배우가 총에 맞아 죽고, 데이브에게 제보를 하려던 창녀도 변사체로 발견된다. 심지어 동료 형사마저 죽음에 이르게 된다.

그러던 중 파티에 참석한 데이브는 누군가가 건네준 음료수를 마시고 차를 몰고 가다 쓰러진다. 그 안에 마약성분을 넣은 것으로 보인다.

데이브는 편치 않은 몸을 이끌고 두개의 사건을 풀어보려고 하고 단서는 용의자의 주변인물의 증언에서 나온다.


영화 일렉트릭 미스트는 범죄물이고 그걸 풀어가는 형사의 움직임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관객들에게 쉽게 단서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 대신 몇해전 홍수가 나서 마치 늪처럼 변한 루이지애나를 가깝고도 멀게 비춰주고 그 안에서 벌어졌던 그리고 벌어지고 있는 인종간의 갈등, 그리고 대형자본에 의한 연예계의 비리등을 폭로하려고 한다.

다시 말해서 극안에서의 범인은 단순하게 한 명이 아니라 40년전의 사회시스템이나 지금의 그것이 내용만 다를뿐 여전히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임을 적시하고 있는 것이다.

극중에 감독은 여배우와 눈이 맞아 함께 다니며 마약을 한다. 작품을 찍는 다는 명목에 그곳에 머물지만 비오는 날 강 구경을 나섰다가 여배우는 총에 맞고 숨을 거둔다. 이 역시도 연예계에 만연된 부조리를 꼬집는 것처럼 보였다. 형사 데이브는 매우 고지식하다. 범인 색출시에도 폭력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매우 집요한 성격이다. 그런 그가 사고로 부모를 잃은 외국출신의 여자아이를 입양해 키우고 마지막 그 아이가 인질이 되자 그의 흥분은 최고조에 이른다.  

결말부분도 다소 애매하다. 인질에서 풀려난 아이가 들춰보는 사진첩속에 그 예전 수색대로 보이는 그 사진속에 데이브의 얼굴이 있는 것이 아닌가.

데이브는 범인을 모두 잡은 것처럼 처리되지만 그들이 더러운 성격의 데이브에게 죽음을 당하지도 않았으며 어떤형량을 받았는지도 알 수 없다. 극 초반 대마초를 피우고 음주운전을 한 감독과 배우에게 선처를 베푼 것처럼 이들에게도 선처를 베풀었는지도 모른다. 피해자는 모두 죽었다. 남아 있는 가해자에게 만약 이런 식으로 했다면 이 또한 오늘날 양형의 불공평을 지적하는 결말이 아니었나 싶다.


영화 일렉트릭 미스트는 시종일관 태풍으로 인해 폐허나 다름없는 미국의 남부도시, 여전히 그곳엔 흑인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고 재즈가 흘러나오고 독점자본의 힘이 얼마 남지 않는 지방 경제력을 움켜쥐고 있음을 꼬집고 있는 영화다. 토미리 존스를 비롯해 존 굿맨등 주조연의 연기가 매우 뛰어나다. 일렉트릭 미스트는 자극적인 안개라고 해석하면 될까? 안개가 자주 등장하기는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