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천국의 속삭임 - 눈을 감으면 더 넓은 세상이 들린다

효준선생 2009. 12. 15. 01:10

 

 

 

 

 

 

 

올 한해 이탈리아 영화를 보면서 단 한번도 실망을 한 적이 없었다. 운좋게도 모두 감동을 선사해주었고 그게 억지스럽거나 신파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이태리 영화에 후한 평점을 주곤 했다.


오늘 본 영화 천국의 속삭임은 후천성 사고로 인해 어렴풋이 사물의 윤곽과 빛만을 인식하는 장애아된 남자 꼬마 미르코의 이야기다. 총기사고로 인해 시각을 잃었지만 그는 절대로 세상을 원망하거나 사람과 사귀는데 인색치 않았다. 본다는 능력이 아니면 또다른 능력이 있음을 의심치 않았으며 그의 강렬한 바람은 많은 아이들을 제 편으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1975년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아버지의 총기를 꺼내려다 잘못해서 발사되는 사고가 일어난다. 아이는 눈을 다쳤고 이로 인해 아이는 정상적인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갈 수 없고 집에서 멀리 떨어진 시각장애아동 전문 학교로 가야 했다. 어려운 가정형편상 가정교사를 둘 수 없어 부모님은 눈물을 머금고 전학을 시킨다. 새로운 학교에서 미르코는 다른 학생들과 다르게 조금 눈이 보인다는 점 때문에 주목을 끌게 된다. 프란체스카는 이곳 학교 잡역부의 딸로 그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 어느날 시내에 나갔다가 그곳에서 이 학교 출신의 선배를 만난다. 그는 제철소에서 일하지만 미르코에게는 자신이 하고픈 일을 해보라고 권유한다. 학교로 돌아온 미르코는 자신의 재능을 세상의 소리에서 찾았다. 그는 학교 녹음기에 자신이 듣고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소리를 자연에서, 혹은 인공적으로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담임선생님은 아이들의 유난스런 재능을 못마땅하는 같은 시각장애인인 교장선생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다. 그는 미르코를 비롯한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북돋아 준다. 세상의 도움이 절실한 아이들에게 멘토가 되어준 것이다.


미르코와 아이들은 프란체스카와 함께 멋진 무대극을 만들 준비를 한다. 이야기를 만들고 아이들은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 움직이고 소리를 만들어낸다. 모든 준비가 다 되었다. 학부형들과 학교 선배들이 운집해 있는 강당, 그런데 관객들은 검은 안대를 하고 귀로만 학예회를 즐기고 있다. 막이 내리고 모두들 안대를 벗으며 대견한 눈빛으로 아이들을 바라본다.


영화 천국의 속삭임은 실제 이탈리아에서 있었던 일을 다루었고 주인공 미르코 역시 이탈리아 영화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향감독의 실존인물이라고 한다. 우리는 감각기관을 모두 가지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발휘를 하지 못하면서 사는지 모른다. 우연히 그중 하나를 잃게 되면 마치 세상이 끝난 것처럼 울고불고 하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평소에 몰랐던 소중한 것을 깨닫게 되고 주어진 자신의 환경하에서 자신도 몰랐던 재주를 발견할 수도 있다.


영화 블랙을 볼때는 약간의 신파조 때문에 눈물이 날 정도였지만 이 천국의 속삭임은 슬프지 않았다. 하지만 미르코가 역시 같은 시각장애를 가진 친구에게 색깔을 이야기 하면서 푸른색은 자신이 갑자기 맞을 때, 갈색은 나무껍질처럼 두툴거리고 빨간색은 불처럼 뜨겁다고 말하자 나도 모르게 폐부 깊숙한 곳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감정이 올라왔다. 그리고 그들이 고생해서 만들어낸 소리가 자연의 그것과 겹치면서 등장하자 저렇게 들리겠구나 하면서 공감이 생겼다.


보이지 않지만 아니 앞으로도 아무것도 볼 수 없다는 막막함도 있겠지만 그들은 새로운 것, 바로 소리를 찾아냈고 그 소리에서 평화를 얻었다. 그게 바로 천국이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소리가 속삭임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