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2012 - 가진 것을 비워야만 새롭게 채울 수가 있다

효준선생 2009. 11. 28. 02:03

 

 

 

 

 

 

 

 

대작 영화를 좀 늦게 보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특히 화면 한 가득하게 펼쳐지는 스펙타클 영상을 앞옆이 꽉차서 불편한 상태로 대충 봐야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영화 2012는 사실 재난영화라기 보다 종교적 해탈에 방점을 둔 영화처럼 보였다. 이 영화는 크게 세가지로 덩어리지을 수 있다. 첫째, 말그대로 재난 영화에 반드시 나오는 각종 엎어지고 뒤집어주는 파괴미학과 그 사이를 주인공들이 아슬아슬한 도망가는 장면,

둘째, 혹독한 시련사이에서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가족간의 사랑, 특히 별거중이거나 사이가 안좋은 가족 구성원들간의 이해와 타협,

그리고 셋째, 다른 영화에서는 대충 맛보기로 나오는 종교적 구원이 그것이다. 영화 노잉처럼 아예 대놓고 휴거를 말하거나 맹신적인 종말론에 하염없이 기도나 하는 그런 장면이 아니라 틀림없이 지구의 종말은 오지만 어떻게 하면 그 아수라속에서 살아날 것인가? 그리고 그게 궁극의 가치인가를 되묻고 있다.


영화 2012는 장편영화다.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멋진 장면이 많이 나오지만 한 장면만 꼽으라면 난 티벳 승려 둘이 나누는 대화에 시선이 꽂혔다. 스승으로 보이는 사람이 제자의 찻잔에 넘치도록 수유차를 부어주자, 넘칩니다라고 하자 스승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비워야만 채울 수 있다"고 한 말, 이게 바로 이 영화의 메인 테마라고 보았다.


잘 생각해보자, 인간들의 탐욕의 결과로 지구는 열이 받은 상태였다. 영화에서는 행성이 줄지어 서있어서 그랬다고 하지만 오늘날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은 그뿐이 아니다. 평균 온도 1도만 높아지면 섬나라 하나가 사라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거기에 선진국들은 이런 점을 우려해 개발 도상국들에게만 개발 중지를 외치지만 누가 거기에 동의하겠는가? 대표적인 나라가 중국이다. 공교롭게도 이 영화에서 중국의 역할은 엄청나다. 미래판 노아의 방주는 중국 노동자들이 만들고 방주가 만들어진 곳도 중국땅 히말라야로 되어 있다.


마지막 희망 방주를 보자, 그안에 피신한 인간들은 다들 고위직 정치인들이다. 거기서 예외적인 인물이 딱 두명이다. 한명은 미국 대통령, 그리고 다른 한사람은 이탈리아 총리, 미국의 대통령은 자신 같은 늙은 정치인보다 젊은 과학자가 가는 편이 좋다고 하며 자신의 부하직원을 보내고 이탈리아 총리는 바티칸에 가서 기도를 하다 죽는다.


방주도 다들 살려는 욕심에 가득차 있는 사람들도 하마터면 그대로 바다속으로 수장될뻔 했다. 대표적인 인물은 러시아의 졸부, 유리.


에베레스트 산 정상부근만 남기고 모두 수장된 줄로 알았던 살아남은 지구인들은 어느정도 자신을 버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랬더니 아프리카쪽이 오히려 지각의 융기로 솟아올랐다는 정보가 들어왔고 인류의 새로운 기원은 그곳에서 시작된다는 설정으로 영화는 끝이 났다.


정리해보자, 이 영화는 마이너리티에 대해 상당히 호의적이다. 주인공중의 하나인 박사와 미국의 대통령, 그의 딸이 모두 흑인이다. 거기에 티벳불교와 처음 사태를 발견한 인도의 과학자, 그리고 사라진 마야문명, 거기에 중국 노동자들.


단순히 눈요기거리로만 보기엔 아쉬운 영화, 그렇다고 철학교과서 같이 딱딱하지도 않은 영화, 많은 사람이 이 영화를 찾는데는 상대적으로 잘나가는 위너들에 대한 일정부분의 징계가 있어서는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한국인은 안보인다. 물론 잘난 대통령도 초대받지 못한 모양이다. 하기사 일본은 일찌감치 가라앉았다는 멘트 뒤에 일본 총리인지, 천황인지는 배안에서 멍한 표정으로 등장하는 것을 보니 안되었다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