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약수터브루스 - 한국 독립영화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다

효준선생 2009. 11. 20. 00:01

 

 

 

 

 

 

 

 

오늘날 우리는 영웅부재의 시기에 있다. 한동안은 정치권의 거목들 사이에서 그들을 영웅이라고 치켜세우며 지팡이만 꽂아도 당선이 된다고 하던 시절이 있었고, 연예인의 대통령, 스포츠의 영웅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영웅을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다들 잔챙이들만 옹기종기 모여 노는 모습이 영웅은 없다는 말이 실감난다. 그 영웅들은 다들 어디로 갔을까?

우리 마음속에 있는 영웅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예전에 존재했던 영웅의 모습도 흐미해져서 그때의 영웅들이 혹시나 소문과 오해로 만들어진 가짜 영웅은 아니었을까 싶다.


영화 약수터브루스는 꽤나 독창적이면서 어디선가 본듯한 영화구조를 가지고 있다. 좁고 한정된 공간, 한정된 인물, 거기에 마치 날카로운 드릴처럼 한가지 주제만을 파고드는 줄거리전개, 분명히 오버라는 것을 알면서도 삽입한 시퀀스들. 감독은 이것을 블랙키치라고 명명했다. 키치? 근엄주의에 대한 일종의 반항일 게다. 영화란 자못 이런것이며 이렇게 찍는다라는 그동안의 문법에서 벗어나 이렇게 좀 비딱하게 찍으면 어때? 라고 말하는 것이다.

영화속에서 두세 군데에서 그런 점을 발견했다. 약수터의 강도를 피하면서 마치 카메라 앞에서 군무를 하는 듯한 배우들의 모습, 어른을 상대로 삥을 뜯고 자기들끼리 팀 댄스를 추던 고딩들, 마지막으로 에어로빅과 검술을 섞어 추던 군무...


몇 년전 영화 쿵푸허슬에서 깡패들이 도끼를 들고 빠른 스윙템포에 몸을 같이 흔들던 모습이 연상되었다. 물론 실전에서도 통할 것 같다. 어차피 하이브리드 시대이니 만큼...


영화속 배경은 서울 중랑구 망우동 근처 야산의 약수터다. 그곳에서 하릴없이(?) 죽치고 있는 사람들 중의 한 청년이 우연히 목검을 줍는다. 대학때 폼만 잠깐 배웠다니 실력은 없다. 그는 무척이나 소심하다. 아니 답답하다. 다들 부리는 허세도 없다. 주변사람들이 그를 무술의 고수라고 치켜세우면 으쓱할만도 한데 그는 꽁무니만 뺀다. 차라리 에어로빅하는 처자가더 현실적이다. 약수터 사람들을 꼬셔서 구청 문화센터 강의를 개설하려고 별짓을 다한다. 벌건대낮에 신나게 춤을 춰서 사람들을 유인해 보지만 끄덕도 하지 않는 사람들.


문제는 우연하게 노숙자와 깡패, 애완견분실자들과 만나 그들을 물리치는(?) 목검청년에 대한 오해와 소문으로 그가 갑자기 약수터의 영웅이 되면서 발생한다. 하지만 진실은 오래가지 못하는 법, 고딩들에게 삥이나 뜯기고 자책하지만 에어로빅 처자의 위로를 받고 새롭게 태어나자고 결심한다. 답답하기 이를데 없는 소심남, 과연 그의 소원인 취업에 성공할 수 있을까?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 범상치 않다. 연극판에서 본듯한 얼굴들이고 설마 아니더라도 그들은 연극무대에 올라온 배우처럼 연기를 한다. 나중에 각색을 해서 연극무대에 올려도 좋을 것 같다. 주조연이 따로 없게 캐릭터가 확실하고 저예산 독립영화임에도 꽤나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당황하며 눈 깜박일때마다 나오는 효과음이 자극적이었으며 전체적인 영상 톤도 좋아보였다.

하지만 반복되는 얼굴 클로즈업과 상대를 물리치고 한단계씩 올라가는 마치 게임속 주인공같은 설정은 좀더 압축해서 보여주는 게 어떠했을까 싶었다. 다시 말해 러닝타임을 좀 줄였으면 했다. 119분 동안 할말은 충분히 하고도 남은 듯 싶었는데, 그리고 말미, 그동안 갈등구조를 만들었던 배역들과의 어색한 해우와 풀어냄은 미완의 완성품처럼 보였다.

영화진흥위원회 시사회장에서 배우들이 다들 나와 스스럼없이 안내도 하고 진행도 하는 모습이 그래서 작은 영화일수록 똘똘 뭉쳐야 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다보고 뒷줄로 나오면서 실제로 배우를 보니 다들 선남선녀들이었다. 다음에 또 어떤 작품에서 보더라도 금새 기억할 것 같았다. 잡티마저 선명하게 나왔던 얼굴들 아니던가. 영화 잘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