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영화 나는 행복합니다를 보고 나서 느낀 소감은 영화를 보고난 지금의 나는 별로 행복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이 추운날 서울이 아닌 곳까지 가서 본 이유는 주목받는 감독과 괜찮은 배우, 그리고 눈물샘을 자극할 정도의 슬픔이 묻어나는 영화라는 누군가의 이야기에 선택한 것이다.
슬프다고 하니 얼마나 슬플까? 가는 이 가을 마지막 지독하게 슬퍼보자라는 심정이었다. 하지만 슬프게하는 장면은 보일락 말락 하고 기대를 걸었던 현빈과 이보영의 러브라인은 끝끝내 닿지도 않고 끝내버렸다.
환자복을 입은 현빈만 보고, 그리고 간호사로 나오는 이보영을 보고 혹시 제2의 내사랑 내곁에를 연상한 내 잘못이다. 둘은 서로의 아픔만을 지독한 화법으로 말하고 있으며 서로를 향해 강렬하게 도움을 청하지도 돕지도 않는다.
그저 묽은 웃음만 보여줄 뿐이다. 남자는 의사에게서 버리받는 여자 간호사를 대신해 사태를 무마해주지만 그 행위도 정상적인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기 때문에 진정성을 갖지 못한다. 그 반증으로 남자의 정신이 돌아와 퇴원을 하면서 간호사를 만나는 순간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보영에게 필요했던 것은 과거의 남자인 의사가 아버지를 병구완을 하는 자신 곁에서 자기를 위로해주길 더 간절히 원했던 것 처럼 보였다.
영화가 좀 답답한 것은 여자의 고민과 남자의 처지가 매우 흡사하게 진행되면서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계속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었기 더욱 그러했다. 치매에 걸린 모친, 도박중독에 빠졌다가 자살한 형, 빚에 쪼들리는 본인, 미칠 수 밖에 없었을까?
엄마없이 암에 걸린 아버지를 병수발하는 여자, 내연의 관계에 있었던 의사의 변심, 늘 초췌한 모습의 간호사, 좀더 현실적이면 안되었을까? 스스로의 고민을 마치 세상의 고민인 것처럼 끌어않고 미치거나 울면 해결이 되는 것일까?
그렇게 한참을 맴돌다가 내린 결론은 정신이 돌아온 남자, 아버지를 여의고 일터에서도 떠나는 여자, 잠시 길에서 조우했지만 남자는 여자를 기억하지 못한 채 치매 걸린 모친이 있는 집으로 돌아간다. 영화는 끝이 났지만 그 뒤 남자와 여자의 결코 행복할 것 같지 않은 미래에 불쌍함 마저 들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는 3년 정도의 시간속에서 과거와 현재를 수차례 오고 간다. 지나친 플래시백은 이보영과 현빈의 수척한 얼굴과 늘 부르터 있는 그들의 입술처럼 건조하기만 했다.
흔히들 배우시험을 볼때 가장 많이 테스트 받는 부분이 울어보라는 것과 미치광이의 연기를 해보라는 것이다. 그 두개가 가장 임팩트가 강하기 때문이리라. 물론 현빈과 이보영은 제한된 틀안에서 좋은 연기를 해주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이어지지 않는 사연들, 눈시울이 뜨거워지지 않는 “최루성” 멜로물, 유머라고는 백지에 아무렇게나 쓰고 그걸 수표라고 우기는 반복된 시퀀스, 좀 지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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