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라라 선샤인 - 20년간 복수의 칼날을 갈아온 여자

효준선생 2009. 11. 19. 11:42

 

 

 

 

 

 

 

장편도 아니고 단편도 아닌 이 정도의 길이의 영화를 만나는게 흔치는 않다. 러닝타임 63분, 짧은 편이지만 그래도 하고픈 내용은 다 보여주었다고 본다.

영화 라라 선샤인은 제목이 주는 경쾌한 느낌과는 전혀 다르게 잿빛으로 점철되는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구조가 다층적이다. 하나의 선이 다른 선을 품고 있고 나중에는 그게 극도로 팽창되는데 모두 과거의 한가지 사건과 결부되어 있다.

독립영화에서 흔히 보이는 무의미한 추상적 나열도 거의 없고 복선과 기발한 나레이션이 돋보였다.

김수진은 시나리오 작가로 보인다. 그녀는 이미 오래전에 종결된 사건 하나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영화사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한다. 그 사건은 이른바 갤러리 살인 사건으로 초보 도슨트(해설)로 들어온 여자가 작가를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이다.

수진은 이 사건을 작품으로 쓰기위해 형사와 당사자를 만나지만 그건 일종의 덫이며 여주인공의 이야기와 큰 관계가 없다. 수진은 조금씩 이야기의 얼개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고 나가면서 대표와 의견 충돌이 난다. 그러던중 차안에서 대표가 수진에게 힘으로 좋아한다는 감정을 드러내려고 하자 그녀는 지체없는 차안에 있던 날카로운 가위를 들이민다.


왜 그녀는 그런 극단적인 행동을 했을까? 그녀는 식사도중 칼질을 못한다는 말을 한다. 문명 연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누군가를 죽여달라는 청부살인을 의뢰하지만 사기를 당한다. 그리고 그녀는 직접 흉기를 든다. 누구를 죽이려고 하는 것일까


영화는 플래시백으로 돌아가 첼로를 들고 있는 소녀를 주시한다. 아이스링크에 서있던 소녀는 빙판에 넘어져 장갑을 벗는다. 이내 아이스링크엔 선혈이 낭자하다. 

어린 소녀는 그렇게 자신의 몸을 다쳐서라도 첼로가 하기 싫었던 모양이다. 왜 싫었을까?

다시 현실로 돌아와 중경삼림의 임청하의 모습처럼 노란 우비코트와 가발을 쓰고 선글라스를 쓴 여자가 음악대학 교수쯤으로 보이는 남자를 찾아온다. 그리고 그 남자는 죽는다.


영화의 첫장면은 스케이트 날을 날카롭게 가는 모습이 나온다. 그녀는 스스로가 복수를 한 것이고 그걸 정당방위라고 말하고 있다.

다시 그녀를 찾아온 영화사 대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요? 라고 묻는 그녀에게 무심히 지금부터라도 사랑하면 된다고 말한다.

과거의 상처로 자신의 생활을 잿빛 세상에 가둔채 살아온 여자, 손가락을 잘라버리는 끔찍한 행동으로 간접적으로밖에 항거하지 못하는 여성에게 씌워진 질곡, 영화 라라 션사인은 짧으면서도 아주 강렬한 인상의 복수극이었다. 

독립영화계의 이영애, 양은용의 인상적인 눈빛을 제대로 확인시켜준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