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바람 - 그 찬란했던 질풍노도의 시절을 추억하며, 19금을 해제하라

효준선생 2009. 11. 21. 01:55

 

 

 

 

 

 

 

 

 

질풍노도의 시절을 겪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게냐만은 영화 바람에 나오는 고딩들은 좀 철이없어 보인다. 과격스럽지만 그렇다고 밑도 끝도 없이 폭력적이지도 않고 그게 그나이 또래라면 흔히 겪을 수 있는 성장통처럼 보여 일견 애교스럽게까지도 보인다.

사전정보 없이 난 포스터만 보고서 이 영화 학교를 배경으로 한 폭력영화라고만 생각했다. 비장감마저 들어 보였다. 그런데 시작과 동시에 빵빵터지는 웃음보는 나도 어쩔 수 없었다.

주인공 짱구는 상업고등학교 1학년 생으로 그가 보는 학교라는 울타리는 그야말로 동물의 왕국과 다르지 않다. 숫컷의 모습을 갖추어가는 사내들의 집합소이니 그도 그럴만하다. 청소년기의 다양한 욕구 충족이 소재로 쓰일 만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계급을 말하고 있다. 1학년이 본 2학년과 3학년은 하늘과 같은 존재다. 그러니 눈도 마주칠 수 없을 지경이니, 그런데 그 고딩 3학년생이라고 해봐야 우리같은 기성세대들에겐 철없는 아이처럼 보일테니, 그래도 짱구는 신이 난 모습이다. 이 영화는 그또래 아이들의 습성을 잘 관찰하면서도 검열을 피해갈 요량으로 대량의 피칠갑 난투씬은 배제했다. 맞아봐야 주먹으로 한대, 오히려 기성세대라 할 수 있는 선생들의 사랑의 매가 더 무지막지 했다. 아이들이 빳다를 맞는 장면에서는 내가 그시절에 맞았던 기억이 잠재의식속에서 분출하듯 떠올라 나도 모르게 아프겠다...아니 아프다..라고 읖조리기까지 했으니.

초반 갈등구조가 될 것같았던 선도부와의 마찰, 대두를 비롯한 몇몇 친구들의 홀연한 사라짐, 갑작스런 경찰소행과 훈방조치는 옥의 티처럼 아쉬움으로 남았다.

흡연장면이 과도하게 나오지만 그건 그 아이들의 최소한의 일탈을 보여주는 것이다. 게다가 아이들은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여자친구를 사이에 두고 벌어진 패싸움도 결국 말한마디로 해결이 되고 외부인의 간섭, 이른바 쌈 잘하는 애들을 조폭들이 스카웃해간다는 이야기나 아이들이 일반인들을 해코지하는 모습은 일체 볼 수 없어 좋았다.

모두가 자기들끼리 문제를 만들고 자기들끼리 해결한다. 잘못을 했으면 깔끔하게 맞고 또 인정을 해주는 게 상큼하게까지 느껴졌다. 피로 범벅이 되고 인질로 잡히고 심지어 흉기가 난무하는 여타 청춘물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러게 하지 않아도 피가 끓은 청춘시절, 그 아이들의 고민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서로간의 우정은 결코 책상앞에 앉아서 공부만 한다고 쌓아지는 것도 아니다. 짱구의 아버지 장례식때 그 곳을 찾아준 이들은 바로 짱구와 치고받고 장난을 치던 바로 그 아이들이 아닌가.


폭력을 미화하고 일탈을 호도할 영화라고 보이지 않는다. 사라져야 하고 혹은 사라졌다고 믿는 한국사회의 계급주의, 권력이 있는 자들이 휘두르는 거짓과 위선들, 그리고 요즘 아이들은 맥아리가 없다고 질책하는 어른들의 구두선(口頭禪)을 비웃듯 이영화 시종일관 경쾌하기 짝이 없다. 맞아서 아프지만 웃는 얼굴을 마다않는 주인공 정우의 다양한 얼굴표정, 그래서 맞는 장면이 나와도 관객들이 폭소를 터뜨렸던 것이다.

크레용 신짱의 바람들어간 볼때기 연기를 잘 할 것 같은 주인공은 또하나의 스타 탄생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았다. 근래 보기 드문 수작이 하나 나온 셈이다. 학교 졸업한지 꽤 오래된 아저씨들이라면 그때 생각을 하면서 봐두시길, 다시 이런 영화 안나올 듯 싶으니까.

유일한 단점이라면 부산사투리가 억세서 나같은 서울 사람은 하단에 자막이 필요할 정도란 것. 그래도 헐리우드 블록버스트를 포기하고 선택한 영화 바람...즐거웠다. 시사회장을 나서자 주최측에서 이 영화가 19금 판정을 받은 것에 대한 앙케이트 설문조사를 하고 있었다. 이 영화가 19금? 제대로된 폭력도 거의 없고 선정적인 장면은 전혀 없고 고등학생이 불법서클을 만들고 담배를 핀다고 해서? 참으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조사 결과는? 뻔하지 않은가? 이 영화를 본 50대 후반 중년 아저씨가 그러더구만, 요즘애들, 차라리 좀 건강하게좀 자랐으면 좋겠다고, 고등학교때 좀 놀아보지 않은 친구가 어디 있냐고...

 

권력층에 아부떨고 줄서고 편가르기와 폭력이 난무하는 국회의사당 보다는 훨씬 나아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