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 플라시보 효과로 얻는 새로운 삶

효준선생 2009. 11. 17. 00:13

 

 

 

 

 

 

 

 

절묘한 설정이다. 살기싫어서 죽으려는 여자, 자살을 시도한다. 약을 삼켰지만 죽지 않았다. 그녀 자신은 잘 모르지만 아마도 병원에 실려가 위세척을 받았을 게다.

그런데 깨어나 보니 어느 한적한 정신병원, 그녀는 자신이 죽지 않았음에 무덤덤하지만 그렇다고 다시 잘 살아야 겠다는 의지도 없어 보인다.

담당의사는 이런 말을 한다. 요행히 살았지만 당신은 심장을 다쳐서 얼마 살지 못할 것이라고...부모까지 와서 그런 그녀를 다독이고 가지만 그녀의 눈에 비친 것은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의 무심한 움직임 뿐이었다.

병원에서의 일상조차도 아무 의미가 없이 흘러가던 차에 그녀는 살기 위해 주사를 맞아야 하고 살려고 발버둥을 치는 사람들에게서 아주 작게 희망의 싹을 보기 시작한다.

병원에는 말을 하지 못하는 청년이 있다. 왜 여기 왔는지 주변에서 설명을 해주었지만 심상치 않다. 우연히 피아노 앞에서 조우한 베로니카와 남자, 알 수 없는 사랑의 감정이 일어난 모양이다.

며칠뒤 남자가 말을 한마디 하자 병원은 발칵 뒤집혔다. 그게 사건인 모양이다. 치료를 받는 그를 보며 베로니카의 눈빛은 강렬해졌다. 둘은 그곳을 몰래 떠난다. 도시속으로 흘러들어간 남녀, 오랫동안 해보지 못한, 예전에는 무의미 했던 루틴한 일상들이 가을날 힘겨운 햇살처럼 빛나고 있었다.

사랑을 하게된 두사람에게 마리의 얼마남지 않은 삶은 고민이다. 일출을 보러 간 그들, 조금씩 지쳐가는 모습의 마리, 과연 그 둘의 짧은 만남은 일출과 함께 사라질까?


플라시보 효과를 자살시도자에게 적용해본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사는 것을 하찮게 여기는 사람에게 오히려 산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스스로 깨닫게 만들어 놓은 환경, 마리를 치료한 의사는 알고 있었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의사로서의 조언이 아니라 스스로 살아야할 목적을 찾도록 해야겠다는 것을,


여주인공 새러 미셸 겔러를 처음 보고 10년이 흘렀다. 눈빛도 총기가 없어지고 많이 늙어보인다. 어쩌면 이 역할을 위해 제대로 꾸미지도 않은 듯 싶다. 죽는 것과 살아야 한다는 명제를 아주 느리게 풀어 놓은 영화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