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오사카 햄릿 - 가족의 재편성, 출생의 비밀은 없다

효준선생 2009. 11. 15. 11:02

 

 

 

 

 

 

 

 

오사카의 어느 한적한 동네, 그곳에서 장례가 있다. 그런데 낯선 중년 남자가 자기가 삼촌이라고 하며 찾아왔다. 그 집에는 미망인과 세명의 아들이 살고 있다. 삼촌의 존재에 대해 어머니는 알고 있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는다. 의아해 하던 아이들도 그냥 그렇게 그를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인다.

아버지의 부재에도 나름 부족해 보임이 없는 이유는 술만 마시면 폭행을 가하던 아버지에 그 아버지가 자신의 친부인지도 확실치 않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세명의 아이들의 아버지가 전부 다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 속 가족 구성원들은 자신의 출생의 비밀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도 않고 또 안다고 해도 그 아슬아슬한 테두리를 벗어날 생각은 없어보인다.

대신 개인적인 고민에 치중하며 서로에게 도움을 구하려고 애를 쓴다.

장남은 길에 우연히 만난 누나뻘되는 여대생에게 호감을 느끼며 다가서지만 그녀는 황당한 제안을 하며 그를 고민에 빠뜨린다.

차남은 학교 선생에게서 햄릿을 읽어보라는 권유에 힘들게 그 책을 읽기 시작하지만 도무지 무슨 소리인지 모르고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천방지축 날뛰는 스타일이다.

막내는 자신의 성적 정체성에 대해 의심을 한다. 여자옷을 입고, 화장을 하고 불치병에 걸린 이모에게서 조금씩 여자로서의 감화를 받는다.

엄마는 유복자를 품고 있으며 막내 아들의 고민에 대해 보이지 않는 응원을 해준다.

갑자기 나타난 삼촌은 거리에 나가 공사장 수신호 인부일을 하지만 그 마저도 용이치 않다.

이렇게 어찌보면 콩가루 같은 집안이면서 개개인은 고민해결을 위해 동분서주 하고 마지막 막내의 학예회 사건을 계기로 새로운 가족의 재편성을 고한다.


영화 오사카 햄릿은 일본 영화의 전형적인 가족화합 지향적인 스토리를 안고 있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일련의 연작과 비교하면 개개인의 캐릭터가 확실한 반면 진행속도나 위트의 힘이 좀 떨어져 보인다. 하지만 서민들의 생활상이 과장없이 묘사되고 있으며 차남의 재미있는 액션은 지루해질 수 있는 구도에서 청량제와 같은 역할을 해냈다.


이 영화에는 일본 영화를 조금 본 사람이라면 눈에 익숙한 배우들이 다수 나온다. 특히 배우들의 인상이 한국배우들과 잘 매치된다. 삼촌역은 변희봉, 장남은 김정현, 특히 차남은 홍경인과 매우 흡사해서 그가 재미있는 표정을 지을 때마다 웃음이 나왔다.

도쿄와는 조금 다른 풍광과 좁은 일본식 주택안에서 오글오글 벌어지는 일상이 우리 식구의 안부를 묻는 도화선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