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감각의 제국2 사다의 사랑 - 전쟁의 광풍속에 소모된 한 여인의 인생

효준선생 2009. 11. 14. 00:57

 

 

 

 

1936년 일본 동경의 어느 식당 안채, 주인인 이시다는 붉은 끈으로 목을 숨져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조사 결과 범인은 창부인 아베 사다라는 여인이었다. 세간에 이 사건은 엄청난 파장을 불러 왔으며 당시 극도로 혼란스럽고 폭발 직전의 사회상의 반영이라고 떠벌리는 그런 일이 있었다.


영화 감각의 제국 2 사다의 사랑은 실제로 발생했던 엽기적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물론 전작인 감각의 제국과는 하등 연관이 없다. 그저 당시로서는 충격적인 정사중 목졸라 죽이기 정도의 모티프만 같을 뿐이며 전혀 별개의 영화다. 이점에서는 좀 속았다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당시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로테스크하고 전위적인 발상과 일본인 특유의 변태적인 체취가 스크린을 붉게 적시고 있었다. 출발부터 거친 호흡이 난무하고 몸을 사리지 않는 체위와 과감한 노출은 마치 아무도 보지 않는 공간에서 은밀히 벌어지는 것처럼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건 관객을 현혹시키기 위한 장치에 불과했다.


남녀간의 사랑은 이내 그것이 생물학적인지, 아니면 동물과는 다른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진정한 교감인지에 대해 형이상적인 대사들이 이어졌다. 무엇이면 어떻겠는가? 거기에 대한 해답을 이 정도 영화에서 정의내리기 쉽지 않아 보이는데, 이 영화 아마도 한국에서 개봉된 일본 영화중에 가장 야한 것 아닐까 싶지만 야한다는 수준에서 넘어서 꽤나 변태적이군 하는 생각에 이르면 아마 도중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야 했을 것이다.


영화 중간에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나와서 누군가를 처단하고 또 누군가는 총에 맞는 장면이 나온다. 1936년 그때 군국주의에 충만해 극도의 불안감이 사회전반에 퍼져 있던 그때의 이야기였다. 이듬해 노구교 사건이 터졌고 일본 제국주의의 만행이 본격화된 그때였다.

군인이 아닌 일반인들은 전쟁을 위해 희생되어야 했고 여염집 여자들도 생활고 때문에 몸을 팔아야 했다. 주인공 사다도 그렇게 사창가에서 일하던 여자였다. 하지만 그녀가 보여준 엽기적인 살인은 단지 사랑이라는 말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녀는 남근에 상당한 페티시적인 성향을 보여주었다. 남성위주의 세상에 항거하는 여자의 선택은 결국 남성에게서 남근을 절개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하는 듯 했다. 그녀의 섹스는 결코 종족번식이나 성적쾌락만을 위한 것이 아닐 것이다. 섹스를 하면서 남근을 자신의 몸안으로 빨아들이는 방식으로 그는 남성의 거칠고 야만적인 남성성을 빼앗으려고 했던 것이다.


맨 마지막 그녀는 아이를 낳는 장면을 보여준다. 아니라고 그렇게 강변했지만 그녀는 결국 수태와 출산으로 또하나의 생명을 세상에 등장시키는 링커가 된다. 그 아이의 성별은 모르겠지만 만약 남자라면 그녀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변태성욕적인 장면이 무수히 나오는 영화, 기괴하고 이해할 수 없는 대사와 시퀀스들, 돈과 경쟁논리에서 헤매는 현대인들의 모습일 수도 있고 그게 아니라면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1936년 전쟁의 광풍속에 모두가 미쳐있었던 당시 일본을 꼬집는 이야기 일 수도 있다.


그나저나 이런 영화가 심의가 났다는 사실이 감각의 제국 1편이 나왔을때 논란이 되었던 성기노출이나 실제 정사장면이네 아니네 말들이 많았던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