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펜트하우스 코끼리 - 맨정신으로 찍었다면 배우도 관객도 편했을텐데

효준선생 2009. 11. 11. 00:26

 

 

 

 

 

 

영화 펜트하우스 코끼리의 영어 제목은 코끼리를 찾아서로 되어 있다. 그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 꿈꾸던 이상향이 있다. 영화속 주인공으로 나오는 세명의 남자에게 어린 시절 꿈은 코끼리를 만나는 것이었다. 코끼리가 절대로 하늘을 날 수 없듯이 성인이 된 이들도 코끼리를 말하곤 하지만 그들의 현실은 몽롱한채로 현실적이지 않다.


잘나가는 성형외과 의사 조동혁, 그는 한마디로 섹스 중독자다. 물론 그에게는 예쁜 아내가 있다. 하지만 자신의 와이프와는 상대하지 못한다. 그게 심리적 병인이 된 모양이다. 밤마다 룸싸롱을 찾고 심지어 환자와도 섹스를 한다.

사진을 찍는 장혁, 지나간 사랑을 그리워 하며 스스로 망가지는 역이다. 물론 조동혁과 친구사이다. 그는 마약중독자다. 수시로 대마초를 피워대며 자신만의 세상속에서 꿈을 꾸듯 살아간다.

무슨 일을 하는지 구체적이지 않은 이상우, 장혁과 조동혁에서는 이상적인 이야기를 해주지만 자신의 실체에 대해 아무에게도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이들은 커다란 원을 쳇바퀴돌 듯 강남의 철부지 도령들이 그러하듯이 맴을 돈다. 그리고 진력을 낸다. 그렇다고 새로운 꿈을 찾지도 않는다. 트라우마라고 할 것도 별로 없다. 그래서 이들의 행위는 공감할 수 없고 잘 이해도 안된다.

대신 내가 그들을 보는 것이 아니라 또다른 누군가가 이들을 보고 내게 이야기 해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극중에서는 장혁이 그런 역할을 해내먀 1인 2역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는 마약 중독자다. 도대체 그의 말도 믿을 수가 없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복잡한 구조로 만들었을까? 이외에도 장혁의 친여동생이자 조동혁의 부인, 그리고 이상우의 내연의 관계인 이민정도 정상적이지 않다. 장혁에게 정신과 상담을 해주는 황우슬혜는 아예 미친여자로 나온다. 거기에 연기 지망생이자 조동혁의 애인인 장자연은 별로 볼 것 없는 육체를 힘들게 보여줄듯, 보여주기 싫은 듯한 연기를 한다. 그리고 데쟈뷰처럼 자살을 한다.


살인이 일어나지만 덤덤하다. 그들이라면 그정도는 해야 어울린다고 생각이 든다. 아니 그런 일도 없었다면 이 영화는 너무나 싱겁다. 지나치게 서술적인 구조, 없어도 되는 인물들의 입을 통해 나오는 사회적 병리 현상에 대한 일갈, 어쩌면 이런 정신병적인 이야기들은 감독이 정신과 의사로 카메오 출연을 하면서 떠들었던 훈계적인 이야기와 맥이 통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것처럼 진실을 얘기해봐야 그것 거짓 부렁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감독에게 묻고 싶었다. 과연 무엇을 보여주기 위해 이 영화를 찍었을까? 액션씬과 시크할 정도의 스타일 좋은 화면영상은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 정도 역량이라면 가지치기를 잘해서 보여줄 것만 보여주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은데 마치 자기가 찍어놓은 필름을 버리기가 아까워 죄다 이어붙인 것 같은 느낌이었다.


장혁은 힘든 연기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중간중간 그가 내뱉는 대사는 어쩌면 관객들에게, 어쩌면 감독에게 하는 말처럼 들려서 안쓰러웠다. 이제 그만 하자구요.


실제 코끼리는 나오지 않지만 모델하우스같은 펜트하우스는 등장한다. 그게 멋지게 보이지 않는 이유는 펜트하우스 안에서의 치밀하고 농염한 스릴러나 멜로가 등장하는게 아니라 기껏해야 차안에서 피워대는 대마초 연기처럼 뿌옇기만 한 영화 줄거리 때문에 골치가 아파서였다.

맨마지막 장혁은 경찰소로 가서 이상우의 극중 이름을 찾는다.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다. 어쩌면 이 영화는 실존하지 않았던 이상우의 존재를 가공해낸 장혁의 환각속의 상황은 아니었을까


장자연의 최후의 유작은 아쉬운 비밀을 안고 금새 떠날 것 같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