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제노바 - 엄마없이 두 딸을 키워내며 상실감을 극복하다

효준선생 2009. 11. 10. 01:12

 

 

 

 

 

 

 

 

 

영화를 보면서 좋은 영화란 얼개가 좋은 영화라고 단언해왔다. 얼개가 좋다는 말은 시작부터 끝까지 누가 보더라도 개연성이 일관되게 지속되어야 하며 인물들의 성격이 그럴 수 있겠다는데 하자가 없어야한다는 것이다.

그건 영화가 재미(fun)있었다의 의미를 떠나 이치에 맞는 다는 (reasonable)것이다. 물론 가외로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지하도록 신경을 쓰고 간혹 유쾌한 유머코드나 눈시울이 붉어질 새드코드를 넣는 것도 유의미하다.

영화 제노바는 제목에서 알다시피 이탈리아 제노바를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주인공들은 미국인으로 그냥 그곳에 가서 사는 것으로 묘사되었기 때문에 영어 대사가 주를 이룬다.

 

왜 그들은 그곳에 가서 살게 되었는지를 아는 게 바로 이 영화의 핵심이다.

영화의 도입부, 세 모녀가 자가용을 몰고 간다. 동생은 누나의 눈을 가리고 누나는 마주오는 차량의 색깔을 맞추는 게임을 한다. 연신 이겨내는 것을 본 동생은 신이 나서 운전중인 엄마의 눈을 가리고 결국 그렇게 사고가 난다. 세상을 떠난 엄마 어린 딸은 자신의 잘못으로 그렇게 되었다는 자책감에 간혹 엄마의 환영에 시달린다.

아버지 조는 분위기 전환도 할겸 딸들에게 엄마의 존재를 잊을 수 있게끔 이탈리아 제노바로 가기로 한다. 그곳에서 강사자리를 맡은 조, 작은 아파트에서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큰딸은 섹스와 마약등으로 현실을 도피하려고 하고 작은 딸은 여전히 외상후 스트레스 때문에 힘들어 한다.

영화는 작고 강하게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외부적인 물리력보다는 주인공들의 심리를 장중한 피아노에 맞춰 변주하고 카메라 훑고 지나가는 제노바라는 도시의 음울함이 금새라도 무슨 일이 터질 것처럼 옭아맨다. 골목안에 사람들은 마치 왁하고 달려들 것 같았으며 높은 담장으로 가려진 좁은 골목에는 높은 곳에서 화분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하지만 조마조마함도 순간, 금새 밝은 화면이 떠오르고 이내 “사랑한다. 내딸들아” 하는 조의 음성이 들려온다.


제노바에서 두 번의 강력한 위기가 닥친다. 한번은 해변에 놀러가서 작은 딸 메리를 잃어버린 일이며 두 번째는 거리에서 엄마의 환영을 본 메리가 대로를 무단으로 건너는 장면이었다. 혹시나 비극으로 끝내려나 싶어 어쩌나했지만 이 역시도 일관되게 끌고 온 긴장뒤의 이완이라는 당의정으로 끝을 냈다.


조(콜린 퍼스 분)의 진중한 연기는 믿음이 간다. 여자의 유혹이 없지 않았지만 두 딸을 지켜려는 아버지의 마음을 잘 표현했으며 엄마없이 딸 키우기가 녹록치 않음을 몸소 체험했을 것이다.

이 영화 마지막 장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며 만족스런 표정을 짓던 조의 모습에서 난네 모레티의 조용한 혼돈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불의의 사고로 아내를 잃고 하나 남은 어린 딸을 학교에 보내고 그 학교를 떠나지 못하며 전전긍긍하던 영화, 어쩌면 세상 아버지의 모습이 다 그런게 아닐까 싶다.


가을 밤, 영화속 아이들이 피아노 연습을 한 곡, 쇼팽의 에튀드 3번 -이별을 흥얼거리며 이화여대 아트 하우스 모모를 나서니 바람이 무척이나 소슬하다. 외부인은 출입을 금하다는 푯말을 입구에 걸어 세우는 경비아저씨를 뒤로 한 채 대문을 나섰다. 은행잎이 이 바람에 반이상 다떨어져 나갈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