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트릭스 - 개구장이 스테펙에게 소원을 말해봐

효준선생 2009. 11. 7. 01:09

 

 

 

 

 

 

 

 

 

 

 

요즘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에 이어 허경영이라는 사람의 일련의 행동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 두가지는 무엇이 공통점이길래 언급을 하는지 궁금하다면 영화 트릭스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보기 드문 폴란드 영화인지라 일단 대화와 자막을 따라가기가 힘이 좀 들지만 워낙 요상한 행동위주의 영화인지라 자막을 대략만 봐도 전체적인 영화의 흐름을 잡아낼 수 있다.

폴란드의 어느 소도시, 마을 가운데 기차역이 있고 이곳을 자신의 안방처럼 놀러오는 꼬마 스테펙이 영화의 주인공이자 문제적 아동이다.

그가 하루종일 하고 노는 일이라는게 기차역에 와서 기차타러 오고가는 사람 구경하기, 기차가 지나갈때마다 목각으로 만든 병정인형을 철길 옆에 세워두고 넘어지는지 구경하기, 철길에다 잔돈 동전을 던져놓고 누가 집어가나 구경하기, 그리고 동네 노인들이 한담하는 데 가서 지팡이 훔쳐다가 비둘기 우리 문열기, 혼자 몰래 담배피기 여기까지 보면 무슨 악동중의 악동이나 하는 행동처럼 보이지만 잘 살펴 보면 그의 행동은 모두 그의 눈으로 아니 실제로는 감독이나 관객의 눈으로 타인의 행동을 살펴보고 있다는데 주목해 볼 만하다.


처음에는 이런 행동이 반복적으로 보여지면서 참 특이한 취향의 감독이군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그의 행동에는 모두 개연성이 있었다. 간혹 아빠 엄마보다 더 그를 챙겨주는 예쁜 누나와 누나의 남자친구와 어울려 오토바이나 차를 타고 다니는 일도 하지만 그럴때 마다 한번씩 보여주는 착한 일은 그에게 소원을 말하면 다 이뤄질 것 같은 희망을 갖게 한다.

큰 눈망울을 번득거리는 그의 표정은 마치 무속신앙이나 마술사처럼 보였고 목각인형이 자기 대신 경비를 서 줄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토템에 다름아니었다.


하루종일 학교도 안가고 동네 오지랖넓은 행동은 다하는 스테펙이지만 그도 이루지 못한 소원은 바로 자신의 아버지를 찾는 일이었다. 그런 그의 눈앞에 자신의 아버지로 보이는 남자가 나타났다. 그 남자는 기차를 타고 다니는데 하루는 스테펙의 묘책으로 결국 기차를 놓치고 만다. 그래서 하루종일 기차역 주변과 마을 돌아다니게 되는 남자, 사진관에 걸린 사진을 보고 스테펙이 자신에게 중요한 인물임을 알게 되는데 과연 남자는 스테펙의 소원대로 그 마을에 남을 수 있을까


영화는 수많은 에피소드를 묶어 놓았다. 그리고 똑같은 샷이 반복되면서 지루할 수 도 있다. 하지만 비둘기 우리를 탈출하는 비둘기는 바로 스테펙 자신이며 일탈을 꿈꾸는 우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길들여진 비둘기는 다시 우리로 돌아온다.

또 많은 사람이 왔다가 또 길을 떠나는 역은 정주하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삶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수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인연이 아닌 사람을 내 가족이라고 우길 수도 있고, 스테펙이 무심히 바라보았던 것처럼 철도가 교차되면서 목적지가 바뀌는 장면도 우리의 일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영화는 물론 해피엔딩으로 끝나고 수만가지 블랙코미디를 한데 묶어서 보고난 기분이 들었다. 보너스로 꼬마 스테펙에게 내 소원을 말하면 들어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