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바스터즈 거친녀석들 - 역사왜곡? 이 통쾌한 느낌 우리도 있었으면...

효준선생 2009. 11. 5. 01:14

 

 

 

 

 

 

 

고래로 수많은 형벌중에서도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밖에 없는 경형은 바로 범죄인의 신체에 낙인을 찍는 것을 말한다. 특히 동양권 나라에서는 타인의 시선이 닿는 부위에 낙인을 찍어 다른 사람에게 죄를 지으면 너도 그렇게 된다는 일종의 경고 또는 그 자는 흉악한 죄인이니 경계할 것을 알려주는 현대식으로 말하자면 전자 발찌인 셈이다.


영화 바스터즈- 거친녀석들에서 나오는 두가지 형벌, 막말로 집행자 마음이겠지만 죽인뒤 머리가죽을 벗긴다는 것과 살려둔 자의 이마에 나찌의 마크를 새겨두는 게 나온다. 당시의 성형기술로는 완벽하게 복원이 안될 것이니 그 사람은 죽을때까지 전직 나찌 출신이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일종의 경형인 셈이다.


영화는 일단 150분을 상회하는 러닝타임이 관객의 기를 죽인다. 그런데 이상도 한게 화면속의 인물들이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진득한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느새 결말에 이르더란 말이다. 희한한 일이다. 그럼 그 시간동안 나온 대사의 분량은 또 얼마나 많을까 감독이야 그걸 즐기는 걸로 유명하니 찍는 동안 감상했을 터이고 죽어나는 것은 배우인데 이 배우들의 언변이나 표정 역시 죽인다. 그러니 장시간의 러닝타임동안 별로 지루할 새가 없었다.


이런 영화는 크게 덩어리로 나누어 복기를 해야하며 그게 아주 쉽게 만들어졌다. 친절하게도 챕터로 나누어져 있는데 일단 게쉬타포라고 불리는 독일 형사가 여자를 쫒는다. 여자는 외딴집 마루 바닥 밑에 숨고 주인은 형사와 그야말로 일방적인 선문답을 주고 받는다.


하지만 여자는 다행히 도망을 친다. 그리고 중요한 극장의 주인이 된다. 물론 나중에,


둘째 챕터부터는 본격적으로 나찌와 나찌의 적으로 대변되는 바스터즈 개떼들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개떼들은 일단의 나찌 병사를 잡아 처벌의 향연을 펼친다. 입소문으로 이미 떠들썩한 머리가죽 벗기기는 이때 등장한다. 잔인하지만 생각보다 덜 그랬다. 일단 피칠갑이 아니라 마치 테이프를 떼어내는 것 같아 보였다.


다음 챕터는 간첩을 동원해 모종의 계략이 펼쳐지는 지하 술집장면이다. 의외의 장면이 속출하며 여기서는 형사의 똘똘한 추리는 빛을 발한다.


본격적으로 극장씬으로 넘어간다. 맨 처음 나왔던 여자가 운좋게 극장의 주인이 되고 그녀는 개떼들과 함께 나찌군을 불태워 죽이는 작전을 편다. 아주 능수능란할 줄 알았지만 그렇지도 않다. 브래드 피트가 붙잡히기도 하고 쉽게 성공할 것 같았던 극장 여주인의 작전도 자꾸 미스가 발생한다.


아무튼 극장이 훨훨 타는 장면으로 마감될 줄 알았던 영화는 개떼들의 승리로 끝을 맺으며 맨처음 언급한 경형으로 마무리 한다.


이 영화 퀴엔틴 타란티노 특유의 수다스러움이 마구 튀어나온다. 그렇다고 안한다고 덕이 아니다. 좀 들어보면 맞는 얘기다. 단지 그게 냉소적으로 들려서 그렇지. 하기사 그의 전작들이 대개 그랬으니까


브래드 피트 때문에 본다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한스 역할을 맡은 크리스토프 왈츠의 능글거리는 연기가 딱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나찌 게쉬타포 역할이 버거울 만도 하건만 전혀 내색도 않고 멋지게 소화해 냈다. 이 사람 때문에 영화가 전체적으로 리드미컬하게 흘러간다.


나찌군의 장교들이(히틀러 포함) 영화를 보다가 불타 죽는 장면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100년 전쯤 한반도 경성 어느 극장에서 일본군 장교들이 똑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혹시나 한일합방 같은 역사는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을텐데 하고 말이다.  잡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