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킬미 - 꼬인 인생의 킬러, 실연녀에게 사랑을 느끼다

효준선생 2009. 11. 4. 00:31

 

 

 

 

이쁘다는 생각이 들었던 시퀀스

 

 

 

 

 

도입부, 그가 유능한 킬러가 아님을 은유한 씬

 

 

실제로 존재하는지 모르지만 어찌되었든 이 남자는 청부살인으로 밥벌어 먹고 산다.

실연을 이유로 끊임없이 죽으려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아 애를 먹는 여자도 있다.

이 둘이 만나 치고받고, 사랑인지 연민인지 모를 그런 관계를 만들어간다.


영화 킬미는 2년전에 찍기 시작한 영화다. 이른바 창고영화인데 그런 선입견을 두고 봐서인지 꽤 웃기는 코드들이 다소 진부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만큼 어떤 영화에서 써먹은 것 아닌가 하는 기시감때문이었다. 그런 점을 제외한다면 영화는 일단은 재미있다. 웃겨서 재미있다는 게 아니라 총, 칼이 난무하는 느와르를 기본에 깔고 있으면서도 배우들이 연기하다 무지 웃었을 것 같은 이면을 볼 수 있었음에도 간신히 잘도 끌고 나갔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예를 들어 신현준이 외로움에 114에 전화하자 사랑합니다 고객님이라고 하자 깜짝 놀라는 장면은, 마치 김씨 표류기에서 sk텔레콤입니다라고 시작하는 그장면이, 강혜정이 혼자 어질러 놓고 사는 작은 방은 같은 작품에서 정려원의 방이나 우리집에 왜 왔니의 박희순의 집과 별차이가 없어 보였다. 물론 후작들이 킬미를 본뜬 것은 아니지만 지난 시간동안 우리 스스로가 그런 미장센이나 유머에 많이 노출되었음을 반영한다는 말이다.


킬러지만 고민이 많은 신현준, 머리도 아프고 요즘엔 실적도 좋지 않아 후배 킬러에게 밀리는 중이며 엉뚱하게 자살미수자인 강혜정을 만나 헤매는 중이다. 사실 킬러라는 직업을 그냥 회사원이라고 한다면 평범한 우리들의 일상과 별로 다르지도 않다.

그리고 강혜정 겨우 실연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한다는 것은 조금 지나친 설정이라고 생각한 찰나 어디서 힘을 얻었는지 총을 집어든다. 어쩌면 신현준을 만나 좋아하는 마음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저런 에피소드를 다 빼고 나면 영화의 줄기는 거의 없다. 흔히 나타나는 사랑의 방해꾼도 없다. 또 악역이 잠깐 등장하지만 너무나 착해 웃기기까지 한 악당이다. 그리고 남은 것은 복수, 신현준은 그녀와 가게라도 할 참으로 마지막 작업에 들어가고 강혜정은 사랑의 복수를 위해 총을 들지만 성공할 수 있을까


영화의 막판은 부산스럽다. 후배 킬러와 일전도 선보여야겠고 그동안 펼쳐놓은 별로 안중요한 인물들도 한 컷씩 정리해야 하고 그리고 두 남녀의 사랑은 이루어질지도 알려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난 후배킬러로 나온 백도빈의 눈빛이 마음에 들었다. 중견 배우 백윤식의 자제라는데 얼마전 정시아와 결혼한 그 남자, 처음본 얼굴인데 조만간 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무튼 간에 느와르가 될 뻔한 로맨틱 코미디 킬미, 많이 본 웃음이 식상하더라도 2년전 이맘때 찍어서인지 가을 단풍과 낙엽 색이 멋져 보이는 영화, 지금 개봉안하면 영영 개봉타임을 놓칠 것만 같은 영화, 뭔 우연이 저렇게 빈번하냐고 꼬투리 잡지 말고 조금 오픈된 마음으로 봐주면 되는 영화. “나를 죽여”였다.

 

이 정도면 강혜정씨 결혼 부조금으로 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