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신부의 수상한 여행가방 - 꼴지인생 지지리 복도 없이 고생만 하다

효준선생 2009. 11. 3. 01:46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려 갑작스레 길을 떠나는 누마지리 히로코에게는 어려서부터 간직한 아픈 기억이 있다. 바로 꼴지라는 오명아닌 오명을 쓰고 살았다는 것이다. 무엇때문이지 그녀는 남과의 경쟁에 나서면 늘 넘어지는 수모를 당하며 꼴지라는 손가락질을 받아왔는데 심지어 마트에서 세일하는 물건을 살때도 뒤처지는 바람에 꼴지라는 소리만 들으면 소스라치게 놀래는 게 일상이 되었다.

그녀에게는 자신을 잘 이해해 주는 할아버지가 있다. 꼴지만 도맡아 하는 손녀를 위로해주며 살아왔지만 그도 이제 기력이 쇠해 마지막 소원으로 손녀의 웨딩드레스 입은 모습을 보여달라고 말한다. 히로코는 그렇겠다고 하고 결혼을 앞둔 어느날, 모든 게 다 준비가 되고 집을 옮기겠다고 집주인에게 얘기를 한다. 그런데 이 집주인 좀 수상하다. 그의 집에는 히로코의 사진으로 도배가 되어 있고 별의별 망측한 물건들로 가득차 있는게 아닌가

그런데 집주인은 히로코의 집에서 그녀의 속옷을 장롱밑에서 꺼내려다 변을 당하고 말았다. 물론 히로코의 일정부분 책임이 있지만 증인은 없다. 히로코가 선택한 방법은 집주인의 사체를 유기하겠다는 것. 커다란 트렁크를 끌고 집을 나선 히로코, 이제부터 그녀의 로드무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숲속에서 자살하려는 여자 코바야시를 만나고 둘이 된 그녀들은 좌충우돌 황당사건의 연속이 시작된다. 과연 사체유기의 임무는 완성할 수 있을까? 그리고 히로코는 할아버지의 소원대로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을 할 수 있을까?


영화는 그야말로 환타지의 상상력을 총동원해 냈다. 처음부터 뮤지컬, 2D오락화면, 컴퓨터 그래픽을 동원한 모션픽쳐등 다양한 방법으로 스크린을 채웠지만 어차피 잡다한 코미디 영화임을 알고 보기 때문에 큰 장애는 되지 않았다.

그런데 영화를 보다 보니 달콤쌉사름한 연인, 차우에서 보던 모습이 연상이 되었다. 멧돼지는 차우에서 쓰던 걸 빌려온 듯 했는데...


웃음만 주는 것에서 조금 벗어나 진지한 얘기를 하면 그게 바로 꼴지에게 희망이 있을까 하는 문제의식이었지만 그게 주가 되긴 힘들어 보였다. 히로코는 문제적 아이임에 틀림없었지만 그녀에게 희망의 빛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운없이 집주인을 다치게 하고(말도 안되지만 죽지 않았음), 심지어 신혼여행지에서도 또 한번 트렁크를 끌어야 했으니 운도 복도 지지리 없는 셈이었다.


엉망진창인 영화였지만 그래도 낄낄거리고 나니 속은 후련해 진다. 다들 좋아하는 우에노 주리는 보너스, 거기에 코이데 케이스케(사이보그 그녀에서의 남자친구)와 키무라 요시노도 웃음을 주었으니 뭘 더 바라겠다. 일본 코미디 영화의 적당히 변태적이고 적당히 오버스러움은 이 영화에서도 더 벗어나지 못했음이 아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