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귀향 - 입양문제, 환타지속에서 길을 잃다

효준선생 2009. 10. 30. 00:24

 

 

 

 

 

 

 

한국아이의 입양이 사회적 대두가 된 것은 그렇게 입양이 된 아이들이 자라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게 되는 시점에 다달아서다.

70년대 이전에 입양이 된 아이들은 보잘것 없는 한국의 현실에 그냥 현재의 삶에 안주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그 이후의 아이들은 왜 한국처럼 잘 사는 나라에서 태어난 자신을 버렸을까에 대해 의구심을 품었을 것이라고 본다. 또 요즘처럼 세상의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라면 자신의 뿌리찾기에 보다 쉽게 접근할 환경이 조성되었음도 한몫거드는 셈이다.


첫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아 헤어진 뒤 사람들은 그 첫사랑을 그리워 하되 찾지 않으려고 한다. 자신이 좋아했던 시절과 지금의 모습은 딴판일거라는 불안감 때문에 그냥 추억으로 남기려고 한다.

하지만 출생의 비밀은 당사자 입장에서는 좀 다르다. 하지만 여기에는 버린 자와 버려진 자의 입장차가 분명히 존재한다. 오죽하면 자신이 낳은 아이를 버렸을까? 그 대부분은 친모일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영화에서 그려진 것처럼 미혼모의 아이일 가능성도 크다. 그런이유로 자신은 자신을 버린, 아니 자신의 부모를 알고자 하는 마음은 이해가 가도 버린 자들의 현재는 그 과거를 결코 눈앞에 재현시키는 것이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영화 귀향은 제목 그대로 고향을 찾아, 아니 자신을 버린 조국과 그 어미를 찾아 한국으로 온 어느 청년의 이야기다. 호주로 입양된 청년은 입양기관을 통해 친모를 찾으려고 백방으로 수소문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겨우 찾아간 강원도의 어느 허름한 여관, 그런데 그곳에는 사람인지 요괴인지 모를 모녀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말해 그곳을 찾아온 사람을 죽여 자신의 업보를 씻어내려는 성녀가 있을 뿐이었다. 청년에게 다가오는 서늘한 기분을 느끼지만 청년은 오히려 여관 여주인에게 모성을 느낄 뿐이다.


이 영화는 두 개의 영화가 한데 묶여 있다. 전혀 상관없다. 하지만 또하나의 이야기는 어느 미혼모의 출산과 입양에 대한 이야기다. 대구의 어느 여관, 어린 산모는 고통을 이기려는 듯 애를 쓴다. 약국에서 어렵사리 수면제를 구해왔지만 생을 마감하려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아기가 태어난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세상을 떠도는 그녀, 결국 파출소에 들러 입양을 할까 생각중이다.

 

영화 중간에 여관 주인이 타준 독약홍차를 먹은 청년이 괴로워 하는 모습과 여자의 출산 장면이 오버랩되면서 결국 사람은 그렇게 태어나고 그렇게 죽는 다는 것을 말한 것과 청년이 여관주인을 탐하면서 그녀의 치마안으로 머리를 넣으려고 하는 장면은 다시 어머니의 자궁안으로 들어가려는 본능의 귀결로 보이는 인상깊은 씬이었다.


분명히 소재는 입양을 통해 자신의 난 곳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현실과 판타지를 오락가락 하는 바람에 진이 다 빠지게 만들었다. 그런 이유로 다큐멘타리처럼 진솔하지도 않고 드라마처럼 서사구조가 튼실하지도 않다. 이미지 형상의 간헐적인 반복으로 의미의 도약이 심하고 주인공들의 목적점도 뒤로 갈수록 모호해졌다.


등장인물이 많은 편이 아님에도 지나치게 오버스러운 캐릭터로 인해 누가 주인공인지 누구의 동선과 이야기를 따라가야 하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또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갔다가 다시 풀어내려옴에 따라 죽은 건가? 아닌가? 혼돈스러웠다.


독립영화계의 페르소나 김예리양의 열연과 박상훈군의 마지막 엔딩 타이틀 곡(루카의 노래)이 인상깊은 영화로 기억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