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집행자 - 죽는 사람이나 죽이는 사람이나 고통은 매한가지

효준선생 2009. 10. 29. 02:58

 

 

 

 

 

 

저잣거리에 형틀을 뒤집어 쓴 사형수가 나타나면 그 일대를 에워싸고 있던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물론 대다수의 사람들은 사형수와 전혀 연고도 없는 자들이지만 공개처형은 그들에게 엄청난 정신적 타격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그들은 사형수의 마지막 장면을 보기를 서슴치 않는다. 심지어는 모가지가 뎅겅 잘려 나간 시신에서 남은 육신을 도려내기까지 한다. 그 옆엔 봉두난발을 한 망나니가 털퍼덕 주저않아 수고한 값으로 던져준 술과 고기를 뜯어 먹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사형수의 떨어져 나간 모가지는 인근 거리에 꽂아둔 높은 장대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며칠을 그렇게 세상에 보여진다. 사형식이 모두 끝나자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다시 일터와 집으로 돌아간다. 사형식에 사용된 기물들은 형리에 의해 꾸려지고 모두 떠난 바닥에 점점이 흩뿌려진 핏방울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곳의 흙은 아무리 메워도 덮어도 붉은 빛을 하고 있다고 하니 그곳의 이름은 채시구(菜市口)였다.

북경 채시구는 이름만 봐서는 채소시장처럼 보이지만 명청시대 유명한 사형장이 있던 곳이다. 그런 곳에 사형장을 만든 이유는 많은 사람이 죄를 지은 사람의 최후를 보고 그러지 말라고 하는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그런데 그 사형장 바로 앞에는 학년당이라는 유명한 약방이 있었다. 그 약방은 사형식이 있는 날이면 형리들이 와서 모종의 약을 사마신다는 소문이 돌았다. 제정신으로는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일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일종의 혼미탕을 마신다는 것이었다.


중국의 옛날 이야기를 하는 것은 바로 영화 집행자를 보고 난 뒤에 생각이 나서다. 기결 사형수들이 기거하는 교도소, 평화롭기 그지없지만 몇몇 사형수들에게는 시간이 어쩌면 자신의 목숨을 제어하는 것 같아 두렵기만 하다. 신참 교정관이 오고 나서 얼마되지도 않아 그곳에는 일급 연쇄살인범이 들어온다. 그역시 사형수지만 분위기는 예전과 다르다. 여론은 그를 사형시켜야한다고 분분하고 이에 어쩔 수 없이 다른 사형수와 함께 결국 십여년간 없었던 사형식이 벌어진다.


이 영화는 삶과 죽음을 누군가에 의해 조종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침착한다. 신참 교정관의 애인은 임신을 하고 그들은 낙태를 두고 갈등한다. 하필 사형식이 있던 날 애인은 낙태를 하고 둘은 이별을 결심한다. 그리고 사형장에 있던 교도관들은 심적으로 고통을 받게 된다.


누가 누군가의 목숨을 제어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가 정말 흉악한 나쁜 놈인지 아니며 겉으로 봐서 흉악해 보이지 않고 연민을 느낄 수 있는 사형수인지 교묘하게 장치를 해두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같은 운명인 셈이다.


사형장면은 효수가 아닌 교수형이며 매우 자세하게 그려졌다. 또한 섬뜩할 정도의 기상천외한 장면도 연출된다. 죽어야 마땅할 사람, 죽일 필요까지 있을까 하는 사람, 그리고 자신의 아이를 지울까 고민하는 사람, 이미 적지 않은 사람을 자신의 손으로 죽여본 사람 이런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영화 집행자, 무거운 소재인 사형제도에 대해 찬반을 쉽게 논할 수 없게 만든 짜임새가 좋은 영화 한편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2009.10.27 단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