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청담보살 - 처녀 무당, 운명이 아닌 남자를 반쪽으로 만들다

효준선생 2009. 10. 28. 01:53

 

 

 

 

 

 

 

 

영화 청담보살은 몇가지 점에서 파격적이다.

첫째 제목은 달랑 4글자 인데 앞의 두글자와 뒤의 두글자가 하늘과 땅차이만큼이나 간극이 넓게 보인다. 물론 그 둘이 한 공간에 있으면 안된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속에서 설명하는 것 처럼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더더욱 점괘에 매달린 다는 설정, 그리고 복채도 다른 동네보다 두둑하게 낸다는 점때문에 그곳에 점지했다고 하니 대단히 영민한 일종의 블루오션을 찾아낸 셈이다.

 

둘째, 청담보살의 직업은 무당인지 점쟁이인지 모르지만 점을 제대로 보는 것 같지는 않고 자기 스스로의 사랑을 위해 분투하는 여느 여염집 처자와 다름없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제목은 사실 이야기 전개와 별로 상관이 없다

 

셋째, 박예진과 임창정은 영화에서 닭살 멘트를 여러차례 날린다. 그런데 기존의 로맨틱 코미디에서는 그런 대사를 시나리오 작가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집어넣고 배우에게 강요해왔다. 보는 관객들은 손발이 오그라든다고 불평하지만  이영화에서는 아예 대놓고 그런 대사를 치고 배우 스스로가 컷 아웃 상태에서 혼잣말을 하듯 닭살이 돋고 손발이 오그라든다고 자백을 한다. 이런 고백은 통쾌한 설정이 아닐 수 없다.

 

임창정이 내뱉은 "당신은 나의 운명인 것인 걸요" 이 말, 얼마나 식상한가. 그런데 그는 이런말을 하고서 드라마 찍냐며 스스로를 공박한다. 그게 더 웃음을 주었으니 이제 영화가 자기 고발을 넘어서 자기학대에 이른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한국 영화계 사상 애마부인 이후 처음 등장하는 충격적인(?) 씬이 등장한다. 에로틱하다는 말이 아니라 여배우가 말을 타고 버스의 뒤를 쫒는 장면말이다. 박예진이 드라마 대조영때 배운 승마 실력이 고스란이 발휘된 것인데 이 역시 식상할 대로 식상한 공항가는 연인 택시나 승용차 타고 간신히 잡는 것에서 벗어나 말을 타고 달리는 장면을 연출하니 이또한 다시는 따라할 수 없는 시퀀스 아닌가

 

무당의 딸은 역시 무당이 되었다. 그런데 엄마는 작은 부적을 딸에게 전해준다. 몇년 몇월 몇일 몇시에 태어나고 이름에 나무 목이 들어가는 남자를 28세 이전에 잡아야 한다고 주문을 한다.

 

드디어 때가 온 모양이다. 하지만 그 운명의 남자는 꼬질스타일의 임창정, 마음에 안들었지만 운명이라는 조금씩 마음을 여는 청담동의 엣지 무당...그녀의 이상형은 따로 있지만 그와도 잘 안되는 모양이다.

 

그런데 남자의 고향에 간 그녀는 생일이 잘못된 것을 알고는 이제 남자를 멀리하려고 한다. 운명의 남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상심한 남자는 쓸쓸하게 몽골로 떠나려 하고...무당은 과연 남자를 잡을 수 있을까? 잡는 다고 해도 정해진 운명의 남자는 따로 있는 것은 아닐까?

 

영화 청담보살은 앞서 말한 것처럼 전에 보지 못한 소재와 웃음코드를 여러개 설치해두었다. 그것은 임창정과 조연들의 애드립에 가까운 것으로 보이지만 의뭉스럽고 능청스런 코믹연기는 상당히 긴 러닝타임을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어른들만 알수 있는 화장실 유머도 섞어 주시고 궁합이 안맞는 커플이 어떻게 그것을 극복하고 결혼에 골인하는 지를 영화속 영화처럼 보여주는 시도도 새롭게 보였다.

 

7급 공무원 이후에 오랫만에 보는 코믹 멜로물, 쾨쾨한 점집이 아니라 레스토랑과 같은 시크한 포춘카페도 볼거리였다. 청담동에 진짜 이런 점집이 있을까? 그리고 박예진 처럼 예쁜 무당이 있을까?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