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시간 여행자의 아내 - 시간이라는 덫에 걸린 남자의 사랑이야기

효준선생 2009. 10. 26. 01:25

 

 

 

 

 

 

남자가 있다. 그는 어린 시절 교통사고이후 시간여행자로 살고 있다. 결정적인 순간 그는 연기처럼 사라진다. 그것은 자신 스스로 통제가능한 일이 아니기에 난감하다. 그 대신 몇가지 원칙이 있다. 언제 어디인지 알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이동하는 순간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는 알몸이 된다는 것, 이동하는 장소는 자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간이동을 한다고 해서 과거와 미래의 일들에 대하여 아무런 제어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시간이동이나 타임머신을 타고 다니며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사실을 뒤바꿔 안위를 도모하고 즐거워 하거나 그러지 못해 아쉬워 하는 영화는 수없이 많이 보았다. 그런데 영화 시간여행자의 아내는 그런 공상과학만화에서 나올법한 모험의 세계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주인공 헨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자신과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고 또 헤어지며 우수에 젖는 일 뿐이다.


여자가 있다. 어린 시절 초원에서 벌거벗은 남자에게 담요를 주면서 남자와 만남이 시작되었다. 드문드문 나타나는 그 남자에게 연모의 정을 품고 있던 그녀는 어느날 도서관에서 그를 만나게 된다. 둘은 결혼은 하고 마치 오랫동안 지속될 것 같은 사랑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녀는 남자의 정체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 사실에 힘겨워 하거나 불평하지 않는다. 아주 쿨하게 있는 그대로의 그를 받아들인다.


둘 사이에 아주 힘겹게 아이가 생기고 사랑스런 생활은 소강상태로 접어드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여행을 하는 헨리의 모습이 늘 40세 즈음이라는 점이다. 결코 늙은 모습의 헨리는 보이지 않았다. 조금씩 헨리와 클레어 사이에 끼어드는 불안감은 무엇일까?


시간여행자는 자신도 감당할 수 없는 긴 여행을 마치고 가족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영화는 정상적인 여자와, 아니 세상 모든 평범한 사람과는 다른 삶을 사는 한 남자의 혼돈스런 여행을 담고 있다. 마치 직선을 품고있는 굴곡선이나 뫼비우스 띠처럼 말이다.

그것이 병이라면 의사가 나오고 치료를 해야 마땅하지만 주인공들에게는 치료보다는 현실에 안주하고 함께 있는 그 순간을 소중히 여길 뿐이다. 이러니 권태가 끼어들 틈이 없어 보인다. 잠시후 사라질 남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어떤 모습을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시간여행자의 삶을 살아야 한다면 결단코 거부하고 싶다. 예측할 수 없는 삶이란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소멸과 등장이 반복되는 삶은 결코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투명인간도 아니고, 영화의 뒷부분은 약간의 반전이 있긴 한데 여성 관객입장에서는 멋진 풍광과 매력적인 남녀배우 때문에 눈동자가 풀릴지 모르지만 적극적인 문제해결의 의지 없이 순응만 해가는 그들이 내게는 좀 답답하게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