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팬도럼 - 미래의 노아의 방주, 지옥이 되어버렸다.

효준선생 2009. 10. 20. 00:55

 

 

 

 

 

 

만약 지구의 종말이 온다면 결국 모든 인간이 다 죽는다는 게 아니라는 가정하에 몇몇은 살아남을 것이고 그들은 어디론가로 피해 그곳에서 다시 아담과 하와처럼 인류를 번식시킬것이라는 이야기는 수도 없이 각색되어 만화, 소설, 영화화 되었다.

 

여기에 영화 한편을 추가하니 바로 영화 팬도럼이다. 대충만 봐서는 레지던스 이블이나 에일리언계열의 sf영화로 보이는데 여기에 약간의 종교적 철학이 가미된 것으로 느껴졌다.

 

이 영화 예고편부터 보는 사람을 좀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 어두운 배경은 그렇다고 쳐도 사방을 옥죄는 폐소공포증을 유발하는 것 때문이다.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어보이며 이것 또한 중요한 단서가 된다. 시종일관 어둠과 싸워야 하는 전사들로서도 답답한 일이지만 간혹 회상씬을 통해 밝은 빛 좀 보여주었으면 했는데 그건 불필요한 모양이다.

 

나중에 알게 되겠지만 이들이 움직는 공간은 엘리시움이라는 우주선이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 우주선은 움직이는 것 같지도 않다. 대개 이런 우주선이 나오면 창밖으로 태양계나 은하계의 별빛이라도 보여야 겠지만 가장 환한 곳이라는게 연구실과 계기판으로 가득찬 곳뿐이다.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이곳말고는 주인공들은 마치 좁은 튜브안에서 간신히 몸을 부딪치며 움직이고 정체불명의 악인(?)들과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장면의 연속이었다.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면 지루하기 때문인지 피아의 존재에 대해 서로 의심을 품게 만들면서 심리전으로 몰고 가게 한다. 팬도럼이란 바로 이 상태를 말한다. 오랫동안 동일한 장소에 갇혀지내다 보면 발생하는 일종의 정신 착란증, 이게 팬도럼인데 주인공들에게 어김없이 찾아오는 이 팬도럼의 실체는 궁극적으로 현대인들이 가질 수 밖에 없는 생활의 고단함을 대신하는 것이며 흉칙하기 이를데 없는 악인은 미래인의 그림자인 셈이다. 그러니 아무리 기를 쓰고 달려 들어 죽여봐도 그건 하늘에서 툭 하고 떨어진게 아니라 아수라같은 세상에서 진화하며 드러내는 우리들의 치부와 다름아닌 셈이다.

 

영화속 주인공들을 보면 그들은 기계의 도움으로 목숨을 연명했다. 그런데 그들에게는 계급장이 달려있다. 무엇인가? 겨우 둘뿐인 공간에 상관과 부하라니, 그런데 그들은 우습게도 바로 명령과 복종에 들어가고 부하는 고통스런 탐색의 임무를 맡는다. 그리고 차례로 만나는 정체불명의 제대로 된 인간들, 메시아라도 되는 셈이다. 위기가 되면 도와주려고 하니 말이다.

 

어린 시절 읽은 노아의 방주는 참 나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왜 노아는 사람들이 아닌 동물들에게만 잔뜩 구원의 손길을 베풀었을까? 그리고 나중에 그 동물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영화 팬도럼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기계의 도움으로 지구가 파멸된뒤 새로운 세상에서 살 수 있는 길이 열렸고 그렇지 못한 인류는 흉칙한 괴물이 되어 서로를 잡아 먹는 괴물이 되었고 또 지구를 떠나지도 못한 수많은 사람들은 꽥소리 한마디 못하고 죽어버렸으니 이 지독한 선민사상에 박수를 보내야 하는 것인가? 새로운 창세기가 시작되었다고? 

 

영화의 결말은 다소 뜻밖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당위성도 읽혀진다. 하지만 진화했다는 우리 인류의 모습이라는 게 무섭도록 끔직한 모습이다.  종말론과 구원론으로 버무려진 영화 팬도롬을 보면서 이 영화 형식만 공상과학인 결국 종교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