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정승필 실종사건 - 정승필은 돌아왔지만 관객은 돌아가시겠다.

효준선생 2009. 10. 18. 02:06

 

 

 

 

 

잘나가는 주식투자자문사 정승필은 요즘 답답하다. 특히 상사와 동료는 자신을 라이벌로 여기며 스트레스를 주고 약혼녀는 혼수문제등으로 신경을 긁는다. 또한 집에서는 미래의 며느리를 탐탁치 않게 여긴다.

하루는 어느 작은 도시를 지나다 담배를 살까 해서 차를 내버려 둔채 편의점으로 향한다. 그런데 차안에서 정승필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던 약혼녀는 그가 돌아오지 않자 경찰서에 신고를 한다. 이른바 정승필 실종사건이다.


영화 정승필 실종사건은 주인공은 갑자기 사라지면서 주변사람들이 용의선상에 오르고 다시 그들의 분해해가면서 범인을 찾는 일종의 수사극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만 정승필이 인근 화장실에 갇혀 탈출하려고 기를 쓰는 모습을 한데 섞어 넣음으로써 수사극은 애초부터 틀려 먹은 셈이다. 그래서인지 유치한 형사들의 유치한 대사들로 시간을 잡아먹으며 이래도 안 웃냐고 협박을 한다.

요즘 코미디 프로그램은 아예 안보는 나로서도 갑갑하기 이를데가 없었다. 왠만한면 좀 웃어주고 싶은데도 피식하는 웃음조차 낼 수 없었으니 배우 탓인지 아니면 콘티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조금 다른 시간에서 평을 써보자면 영화는 크게 정승필이 있는 이른바 갇힌 공간과 나머지 열린 공간으로 구성된다. 열린 공간에는 당연히 평소 정승필을 알고 있던 사람들의 뒷담화가 난무했다. 게다가 서로가 서로를 범인이라고 의심하고 툭하면 욕설이 등장해 삑소리가 귀를 거슬리게 했으며 반복되는 술주정 연기는 다시 보고 싶지 않다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배우들은 일부러 그랬는지 몰라도 자꾸 오버를 한다. 시트콤처럼 말이다. 이 부분을 조금만 더 진지하고 스릴있게 만들었으면 좋은 작품이 될 수도 있었다.

그리고 홀로 갇힌 정승필은 말도 안되는 탈출을 하는 장면을 반복하기 보다 그가 살아왔던 행적, 그래서 잘된 부분과 잘못된 부분에 대한 오버랩을 통해 우리 인간들의 잘잘못을 풍자하는 것으로 짜넣었으면 어떠했을까 싶었다. 화장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검정 분칠만 하고 맴맴도는 이범수의 고생이 하나도 안쓰럽지 않고 저런 자가 어떻게 수백억을 굴리는 개인자산운용사란 말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하나 이 영화에는 유명을 달리한 장자연이 단역으로 등장하는데 이 영화에서도 그녀는 몸으로 승부하는 역할로 등장했다. 유작이 생각보다 많은 편인데 정말로 마지막 유작이라고 할 수 있는 다음 영화에서도 결국 비슷한 이미지로 나온다는데 그녀가 나오는 장면을 보고 혹시 저렇게 이미지가 굳혀져 가는게 싫어서가 아니었을까 하는 우려가 생겨나 안쓰러움마저 들었다. 엔딩 크리딧에 그녀의 명복을 기원한다는 문구가 한줄 들어 있었지만 차라리 그녀의 등장장면을 삭제하는 편이 좋았겠다는 생각이 더불어 해보았다.

좋은 소재임에도 자꾸 눈에 보이는 현상만 일차원적으로 나열하다보니 복선도, 내용적인 풍자나 은유도, 배우들의 열연도 다 물거품처럼 날아가 버린 영화 정승필 실종사건은 안봐도 그만인 영화로 전락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