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부산 - 아버지의 힘, 오랫만에 느껴본 80년대 홍콩느와르 영화의 필

효준선생 2009. 10. 13. 00:30

 

 

 

 

 

 

올해는 유난히 지명을 영화 제목으로 삼은 한국 영화가 많다. 인사동 스캔들, 해운대, 이태원살인사건을 비롯해 부산에 이르기까지 공통점은 대개 사건, 사고로 점철되는 액션 스릴러물이 많다는 점인데 좋아하는 장르라서 모두 챙겨보았다.

 

영화 부산은 한국의 제2의 도시 부산을 배경으로 찍은 영화라서 그렇게 붙여진게 아니라는 것은 엔딩크리딧이 올라가기 직전에 알 수 있었다. 포스터를 보면 왜 남자 셋이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지, 그것도 중요한 복선이 된다.

 

홍콩 느와르가 한창 잘나가던 시절엔 한번 터지니깐 너도 나도 느와르물만 찍어댄 모양이다. 네글자짜리 홍콩 액션물이 쏟아져 나왔고  그중에서도 느와르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영웅본색을 위시해 첩혈쌍웅, 첩혈가두, 천장지구등이 그나마 어렴풋이 기억에 남는 영화들이다. 지금 다시보면 내용도 전개도 어설프기 짝이 없지만 당시엔 주인공들이 왜 그렇게 멋있게 보였는지...

 

영화 부산을 보고나자 뒤에 앉은 스무살 남짓의 젊은 남자가 그런다. 허탈하다고, 부산이 저런 부산이었냐고...

 

되려 말해주고 싶었다. 그 부산이 경상남도 부산이었다면 난 보지 않았을 것이라고...그는 홍콩 느와르의 전성기때 이유식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감독이 홍콩 느와르 세대인지는 모르겠지만 느와르 영화 공식은 영화 전편에 등장한다.

 

보스와 2인자, 그리고 얼굴도 기억하지 못할 수많은 똘마니들, 어느 순간 반대파가 나타나 조직을 와해시키려고 하고, 그 사이에는 보스의 가족을 해하려는 음모가 숨어 있고, 결국 보스는 반대파에 의해 숨을 거두지만 그래도 희망은 남아 있다는 식 말이다.

 

배우의 이름값을 들먹이기엔 미안한 말이지만 김영호, 유승호, 고창석을 타이틀로 만든 영화라면 일단 티켓 파워는 포기한 셈이다. 유승호를 좋아하는 어린 여학생에게 이 영화가 정상적인 루트로 보여지긴 힘들기 때문이고, 그런데 영화를 까보고 나니 연기는 이름값으로 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특히 이 영화는 고창석의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탁월한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양아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비굴하기도 하고 무대포이기도 한, 하지만 자신이 데려다 키운 양아들을 위해 나름대로 희생하는 모습도 보여주는, 그래서 고창석의 영화라고 말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유승호군은 발성연습을 좀더 해야할 듯 싶다. 집으로의 이미지가 아직도 발음에 남아있어서...

 

시놉시스는 나쁘지 않았지만 씬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다소 매끄럽지 못하고 이들 셋을 제외한 나머지 배역들이 산만한 느낌을 주었다. 기존 영화에서 조연으로 여러번 등장한 배우들이 많이 보였는데 그들의 힘보다도 못한게 정선경과 이세나의 역할이었다. 정선경은 유승호의 엄마인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고 밀입국 조선족으로 나오는 이세나는 어이없게 죽고 만다. 난 그녀들이 한건 해줄 줄 알았는데 그냥 유먀무야 넘어간 모양새다. 

 

거칠고 투박하고 엉성한 면도 많았지만 간만에 맛을 본 한국 느와르 영화 부산, 아버지의 힘은 "변함없이 그렇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이제 부산(父山)의 의미를 아시겠는가?  80년대 홍콩 느와르를 추억할 수 있어서 좋긴 했는데, 지금은 21세기인데 하는 아쉬움을 뒤로한채 극장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