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 - 정사와 야사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다

효준선생 2009. 10. 8. 02:41

 

 

 

 

 

 

역사속의 인물을 영화나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삼았을때 기억해야 하는 부분이 대다수의 관중이 그 인물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며 그 이미지는 인위적으로 도식화할 때 해서는 안되는 부분이 무엇인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특히 지금 살고 있는 시대와 멀지 않은 시대를 살다간 인물일 수록 더욱 세심하고 조심해서 다루어야 한다.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선덕여왕의 경우 우리는 그녀가 한국 역사상 최초의 여왕이면서도 삼국통일의 기초를 닦는데 큰 역할을 해낸 통치자였다고 배워왔고 그 이미지는 비교적 긍정적으로 남아있다.  같은 드라마에 등장하는 미실이라는 인물은 매우 복잡한 성격의 캐릭터이지만 책에서나 누군가의 입을 통해서도 거의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극적으로 묘사되어도 호기심의 정도를 넘어서지 않았다. 없는 인물일거라는 생각때문이기도 하고 그런 생각이 역사를 호도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에 명성황후라고 알려진 민자영의 경우는 좀 다른 케이스이다. 내또래 아이들이 어려서 학교나 위인전에서 배운 바로는 그녀는 세도가 집안이 정권을 잡기위해 궐기하던 조선말, 흥선대원군이라는 입지전적인 인물과 맞서며 권력을 탐했고 결국에 외세를 끌어들여 자신의 야심을 펼치려다 일본 낭인들에 의해 사망한 비운의 여인이라는 정도였다. 게다가 당시에는 그녀를 모두 민비라고 부르는데 서슴치 않았다. 이런 역사적 기술이 친일파가 득세하던 시절 꾸며진 식민사관에 기인하는지는 나중에 알았던 것이고 갑자기 명성황후로 급을 높인 이후에는 그 이미지가 이미연이나 최명길이 드라마와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준 여장부의 그것이었다.

그런데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에서 나오는 명성황후는 민비가 아니라 민자영이라는 본인의 이름을 앞세우고  왕궁으로 시집오기 직전부터 일본 낭인에 의해 살해당하기 전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는 전적으로 야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는데 몇가지 집고 넘어가야 하는 점이 발견되었다.

일단 시나리오를 쓴 사람 마음이겠지만 실존인물에 대한 이미지보다는 다소 작위적인 상상력을 가미한 듯 싶었다. 왕실의 여자가 될, (된) 사람이 남자앞에서 속살을 다 내놓고 있다거나 초코렛을 비롯해 서구문물에 대해 호기심을 넘어서 늘 부러움의 눈빛을 하고 있다는 것은 반드시 그래야 했을까 하는 안쓰러움이 들었다.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은 무명과 뇌전의 싸움장면인데 왜 실사를 쓰지 않고 게임에서 보는 것 같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싸움의 이유도 그다지 절실하지 않고 결판도 짓지 못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아주 어렴풋이 흥선대원군과 명성황후가 사이가 나빠 암투를 벌이고 사돈을 폭사시키나 보다라는 것은 알겠지만 그런 설정이 없어도 극 진행과는 별로 상관이 없다. 


결투신과 폭파신도 나비가 날아다니고 생선이 튀어 오르는등 기상천외한 비주얼은 아마 한국영화사상 최초가 아닐까 싶었는데 분명 어떤 미쟝센을 말하는 것이 궁금했다.


이 영화는 운 좋게 두 번 볼 기회가 있었다. 다소 주위가 산만한 가운데 본 시사회때와 달리 주변환경을 신경쓰지 않고 몰입해서 본 두 번째때는 비로소 끊어져 보이던 맥락이 이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무명의 지인의 움직임, 그리고 첫장면에 나온 무명의 어머니의 종교적 박해 및 피살등은 먼저 보았을때 놓쳤던 부분이었다. 그런 이유로 적지 않은 부분에서 단점이 상쇄되었으며 뇌전이 이중스파이 노릇을 하던 부분에서 흥선대원군이 며느리를 지켜라라고 한 부분에서는 과연 그랬을까 하는 의심도 들었고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도 아쉽게만 느껴졌다.


같이 영화를 본 지인왈, 기왕 픽션이라면 차라리 무명이 민자영을 구해 멀리 도망가 행방불명되는 것으로 처리했으면 어땠을까라고 한 말에 어느 정도 수긍을 할 수 있었다.


어차피 역사적 사실과는 거리가 있는 그냥 영화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