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서평]책 읽고 주절주절

책 노서아 가비 - 커피는 서양문물의 쓰나미다

효준선생 2009. 10. 11. 00:13

 

 

 

 

 

 

 

한국 최초의 바리스타라는 광고문안이 보이지만 실제로 존재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특히 커피라는 서양의 문물이 소설 노서아 가비에서 중요한 매개물로 등장하지만 그것 자체는 주인공 따냐에게 중요했다기 보다 비운의 왕이었던 고종에게나 중요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도 마찬가지로 서양에서 들여온 기막힌 기호식품이다. 그런데 마치 한국에 초창기의 커피가 일국의 제왕이 시름겨워 하면서 홀짜홀짝 마시기 시작해서 지금에 이르렀다는게 여간 마뜩치 않아 보인다. 커피는 이제 나에게도 일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망국을 앞두고 시름겨워 하기는 커녕 입이 심심하면 땡기는 중독에서 들이키는 심심풀이 간식인 셈이다. 물론 슈퍼에서 파는 인스턴트 봉지커피 맛에 길들여져 별다방 , 콩다방의 우유를 들이부은 달짝지근한 커피를 앞에 놓고 이따위를 이렇게 비싸게 받아 쳐먹다니 하는 불평도 일삼으며 말이다.  


아무튼 주인공 따냐의 직업은 고종에게 신식 기호품 커피를 타주는 임무를 맡으며 권력의 중심으로 다가선다.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좋았다. 하지만 역관이었던 아버지의 비명횡사로 인한 러시아로의 망명길, 외로운 그녀를 달래준 커피는 신세계로의 티켓이었고 이반이라는 사람과의 로맨스와 이어진 귀국, 그 사이 사이 커피향은 종이를 적시듯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왜 작가는 커피를 매개로 삼았을까? 고종은 독살에 대해 피아가 다 알고 있는 콤플렉스에 시달렸다. 그런 와중에 가장 좋기로는 그가 마셨던 커피에 누군가가 독을 탔다는 것, 그리고 시대적 배경에 등장하는 몇몇 인물중의 하나로 가상인물은 이반을 선택했던 것.

다시 말해 커피는 서양문물의 쓰나미이자 고종을 제거하기 위해 만든 장치라는 설정인 셈이다.


주인공 따냐는 사랑에 대해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여인으로 등장한다. 사기꾼이라고 묘사된 이반을 의심하면서도 그를 쉽게 놓지 못할 것처럼 그렸다. 게다가 말미에는 그의 아이를 임신했으면서도, 반전은 사기꾼 이반을 능가하는 따냐의 계략이 과연 얼마만큼이나 통렬하게 다가오느냐인데, 이 소설 역시 역사의 한 꼬투리에 살을 붙이고 상상력을 가미한 만큼 역사적 고증을 들고 트집을 잡는 부류들이 분명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설은 마치 역사 책의 일부로 빨려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베베르 공사, 손탁등 익숙한 이름이 마구 등장한다. 정말로 그들과 따냐, 이반이 함께 존재했던 것 처럼...


나중에 이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가 만들어진다면 누가 캐스팅 되면 좋을까? 손바닥만한 소설책을 덮으며 언뜻 떠오르는 배우가 있긴 한데, 흥행을 담보할 수 없을지 모르니 내마음속에만 담아 놓으련다.

 

김탁환 저/ 살림 출판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