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여행자 - 한국영화계는 김새론이라는 꼬마숙녀를 주목해야 한다

효준선생 2009. 9. 25. 01:07

 

 

 

 

 

 

 

 

 

영화 엔딩크리딧이 올라갈때 내가 주목하는 것은 외화의 경우 번역자의 이름 석자지만 한국영화의 경우 영화를 보면서 가장 큰 울림을 준 역할을 맡은 배우는 누구일까를 찾는다.

 

작은 영화일수록 낯선 배우가 많고 간혹 엉뚱한 배우이름과 배역을 매치하는 일도 많았지만 오늘 본 여행자는 절대 그럴 일이 없었다.

크리딧에 배역과 배우의 이름이 꼼꼼하게 적혀올라갔기 때문이다. (프랑스 스태프와의 공동작업 때문이리라)

 

좋은 영화를 보고 나서 극장문을 나서면 기분이 참으로 상쾌하다. 극장(씨네코드 선재)에서 나와 지하철 역까지 소슬한 가을 저녁바람을 가르니 덩달아 신이난다.

 

진희라는 아홉살짜리 여자아이는 당돌해보였다. 아버지라는 사람을 따라 고기집에 가서 소주도 한모금 얻어마시고 자신이 보육원에 간다는 사실에 자신은 고아가 아니기 때문에 입양을 갈 수 없다고 버티기도 한다.

 

세상은 무슨 이유에선지 그녀를 아버지로부터 격리하려고 한다. 그리고 잠시 거쳐가는 보육원, 이 영화의 대부분은 보육원에서의 일상을 담고 있다. 진희가 처음 그곳에 도착하던날 그곳에 있던 아이들은 진희를 경계하지만 그 아이들은 그렇게 나쁜 아이들이 아니었다. 마치 두부처럼 희고 부드러워 흐트러지기 쉬운 정서를 가졌지만 어쩌면 좋은 양부모에게 입양되는 것 정도의 소박한 꿈을 가진 듯 해보였다.

 

친부모에 대한 집착도 별로 없어 보였다. 진희를 동생처럼 생각한 숙희는 미국 양부모에게 입양되기 위해 못하는 영어지만 열심히 배우고 진희에게 같이 가자며 약속을 했지만 지키지 못했다.

 

진희는 아버지와 숙희언니에게 당한 배신감에 스스로가 세상과 이별하려고 했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리고 다시 세상속으로 길고 새로운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내용은 짧지만 아주 오랫만에 신예 연기자를 발굴한 느낌이었다. 진희역을 맡은 김새론은 처음 장편영화에 나선 것으로 보이는데 눈빛과 입매무새에서 풍기는 카리스마가 또래 아이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의사로 나온 문성근과의 대면에서 보여준 눈물연기, 그리고 영화 중간 숙희가 양부모님에게 간다고 하면서 돌아서자 보여주던 눈빛, 그리고 세상과 단절하기 위해 땅을 파내던 집요한 모습은 갑자기 호러영화로 장르변신을 하나 의아심이 들 정도로 섬뜩했다. 그만큼 그녀의 눈빛은 유난했고 앙 다문 입술은 무언의 연기였다.

 

다른 보육원 아이들과 같이 있으면 그녀의 자태뒤로 마치 후광이 비추는 듯 싶었다. 슬픈 영화인지라 웃는 모습이 드물었지만 마지막 사진을 찍을때 환한게 웃는 모습은 정말 다시 보고픈 장면이었다.

 

아버지가 더 이상 아이를 돌볼 수 없다는 현실, 그 현실앞에서 그 어린 아이가 세파를 헤쳐나가면서 새로 시작할 긴 여행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작은 영화지만 설경구, 문성근, 고아성(괴물에서 송강호의 딸로 나온 배우)등 낯익은 배우도 다수 등장한다. 게다가 이창동 감독이 제작자로 나섰으니...

 

이 영화 이 가을에 꼭 보시라고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