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내사랑 내곁에 - 명민좌라고 불리는 이유,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효준선생 2009. 9. 23. 01:14

 

 

 

 

 

 

 

투병생활을 시작하면서 대개의 환자들은 자신이 죽어서야 이 병원을 나갈 것이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연히 건강한 모습으로 회복해 걸어서 나갈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의료기술이 발달한 오늘날 말기 암환자도 어느 정도 희망을 가질 수 있을 여지가 있다. 하지만 영화 내사랑 내곁에의 백종우라는 인물의 병명인 루게릭병(ALS-근위축성측삭경화증)은 불치병도 못되고  천천히 죽음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병이다. 그런데 이 병을 세상에서 가장 잔인하다고 하는 것은 의식은 또렷하지만 의지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고 결국에는 내부 장기구조의 근육마저 멈춰버리는 생각만 해도 무서운 병이다.


이 병에 대해서는 아직도 그 원인과 치료법이 없다고 하니 세상 그 어느 병보다도 두려운 병인 셈이다. 과연 이런 고통과 공포의 병을 지닌 환자역에 김명민이 아니라면 누가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그의 연기는 대단했다.


누구나 죽는다. 단지 순서가 바뀌어 찾아오고 죽음은 그 누구에게도 두 번 찾아오지 않기 때문에 경험을 해볼 수 없다. 그래서 사람은 죽음의 순간을 두려워 하는 것이다.

백종우 역시 자신의 운명에 대해 최대한 맞서 싸워 보았다. 하지만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오면서 스러져 가는 그의 모습에 관객들의 눈가에는 이슬이 맺히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그의 곁에는 이지수라는 천사표 반려자가 있다. 하지원의 눈빛은 특이하다. 아무리 웃는 모습을 하고 있어도 슬퍼 보인다. 그래서 그녀가 색즉시공에서 웃는 연기를 해도, 해운대에서 생활에 치대어 억척스러운 연기를 해도 잘 동화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지수의 역할은 그녀의 눈빛에 가장 잘 어울리게 표출해 낸 것으로 보였다.

백종우와 이지수는 투병과 죽음의 과정에 함께 있었다. 그래서 힘들게 보였다. 한 사람은 질병으로, 또 한사람은 결국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의 남자를 사랑하기에...


이 영화는 아픈 사람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내내 울고 짜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었다. 아픈 사람치고는 쿨한, 그래서 간간이 웃을 수 있었던,  그리고 임하룡, 남능미, 손가인등 조연들도 맛깔난 연기도 한몫 거들어 주었다. 설경구가 환자로 잠깐 나오는 것은 지나친 보너스였을 정도로.

이 장면이 생각난다. 백종우가 누워있을때 모기가 그의 얼굴에 붙는다. 당연히 손으로 쳐서 쫒는게 사람의 반사행동이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영화는 백종우가 손으로 모기를 쫒아내고 자리에서 일어나 간단한 몸동작으로 하고 춤을 추는 모습을 보여준다. 당연히 상상씬임을 알지만, 파격이 아닐 수 없었다. 

 

결말을 알고 보았지만 다시 한번 김명민을 칭찬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뒤로 갈수록 압권인 그가 보여준 루게릭 환자의 모습이었다. 단지 그가 살을 뺐다는 항간의 가십성 이야기때문이 아니다. 루게릭 환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표정을 보면서 섬뜩함을 느꼈다. 루게릭 환자는 웃고 있어도 마치 화가난 모습을 할 수 밖에 없는데 그가 마지막으로 손가인을 만나는 장면에서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모습, 그리고 하지원이 춤을 출때 짓던 그 표정은 실제 환자의 모습을 정밀하게 체크하고 그것을 체화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표정이었다.

무서웠다. 그가 죽고나서야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비로소 이게 영화일뿐이고 배우 김명민은 다시 살아나 다른 역할로 우리 곁에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모 방송국에서 타이틀로 삼았던 "김명민은 거기 없었다".  맞다. 루게릭 환자 백종우만이 있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