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게이머 - 누군가가 나를 제어한다는 설정,혼란스럽다

효준선생 2009. 9. 29. 00:11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 인생에 있어 게임이라고 해봐야 오락실에서 50원짜리 동전을 넣고 하는 그런 고전적인 게임들, 탱크나 비행기로 적들을 피해가거나 혹은 몇가지 잡스런 스포츠 게임이 다였다. 좀 집요한 게 있어서 탱크게임만 집중적으로 공략해 이른바 왕을 잡은 뒤에는 오락실 출입 자체가 시들해진 것으로 기억한다. 당연히 피씨방에서의 게임은 흥이 나지도 않거니와 뭐가 그리 복잡한지, 스트레스 해소하려고 게임을 하는 건데 머리 쓰느라고 더 스트레스를 받는 형국이니 그걸 전략게임이니, 롤플레잉게임이니 해서 많은 젊은이들을 현혹하고 있는 바, 오늘 소개할 영화 게임머는 그런 게임류에 푹 빠진 플레이어들에게는 딱인 셈이다.


영화 게임머는 단순하지 않은 구조로 출발한다. 제라드 버틀러는 어글리 트루스에서 보여준 느물거리는 마초맨의 이미지를 벗고 전작 300에서 보여준 육중한 몸매와 카리스마로 다시 한번 액션 히어로를 꿈꾼다.

주인공 케이블은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게 아니다. 누군가가 돈을 지불하고 그를 마치 로봇처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된 이유는 그가 일급 살인죄로 사형수이기 때문이다. 때가 되면 상대를 무참하게 죽이고 승리자가 되지만 갈수록 그는 그런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며 굴레를 벗어나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게임의 창시자인 켄은 절대로 그를 풀어줄 생각이 없다. 한편 케이블의 아내 역시 이 게임속의 아바타처럼 움직이고 있다. 저질 에로 게임정도나 되는 듯 하다.

케이블을 도와주는 패로는 휴먼즈 라는 팀이다. 그들은 켄이 사기꾼이라고 하며 해킹을 하며 세상에 진실을 알려주려 하지만 중과부적이다. 간신히 켄의 마수에서 벗어난 케이블은 아내와 인질로 잡혀있는 딸을 구해내기 위해 켄과 맞선다.


시가전을 방불케 하는 전투속에서 뛰어 다니는 케이블이 설마 누군가의 조종을 받는 게임속 플레이어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나노셀이라는 물질이 사람의 뇌속에 들어가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른바 세뇌를 말하는 거 아니겠나. 비단 켄처럼 게임의 창시자가 되어 돈을 많이 벌고 세상을 지배할 목적이 아니더라도 우린 무언가에 늘 세뇌당하고 살고 있다.

아무리 정상이라고 옳은 길이라고 주장을 해도 아닌 듯 싶은데 하면서도 질질 끌려가며 어느새 그편에 서있게 되는 것. 총을 난사해 상대방을 쓰러뜨리지 않아도 교묘하고 가증스런 말 한마디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힘들게 하고 있나.


한국사회에 대입해 보면 금새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켄과 그의 무리를 이 사회의 기득권 층이라고 한다면 그들의 범죄적 행위조차도 업무를 해나가는데 별다른 무리가 없다고 세뇌하는 언론들,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초등학교때 배운 기초적인 정의마저도 묵살되고 지켜지지 않고 있음에도 어느새 우리는 무덤덤해지고 있다. 마치 신경을 제어당한  케이블처럼 말이다.


영화는 섬광이 번뜩이고 잔인한 살상장면이 난무하지만 그게 오늘날의 사회와 별로 달라보이지 않는게 큰일이다. 특히나 내가 발딛고 사는 한국사회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