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굿바이 - 간지나는 첼리스트, 진정한 납관사가 되다.

효준선생 2009. 9. 17. 00:43

 

 

 

 

 

 

 

최근 웰빙으로 대변되는 잘 사는 방법에 이어 어떻게 하면 잘 죽느냐에 대해서도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누가 죽는 것을 환영하겠냐만은 뒤집어 생각하면 누구나 죽기 때문에 그걸 거스릴 수 없다면 최소한 추하지 않게 죽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데서 출발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죽는 사람은 본인이지만 주검을 비롯해 사후 복잡다단한 일을 해야 하는 것은 뒤에 남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죽음에 대해 기묘한 터부를 많이 가지고 있는 인간들에게 죽음을 처리한다는게 기분 좋은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해주는 사람들을 우린 장의사라고 하는데 납관을 전문으로 한다고 해서 전문 납관사라고 하는 직업이 일본에 있는 모양이다. 이 납관사를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가 바로 굿 바이다.


영화 굿바이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시종일관 소소한 웃음을 선사한다. 보고 웃을 수 있는 이유야 그만큼 주인공역할을 잘해내서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한번쯤 겪었던 일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불혹정도 나이가 되면 최소한 한번쯤은 시신을 염을 하는 장면을 보았을 것이다. 솔직히 두려운 일이고 빨리 끝나기를 바라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납관사들의 능숙한 손놀림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기도 하다.


다이고는 대도시의 오케스트라 첼로 단원이었으나 팀 해체로 인해 고향으로 내려온다. 그곳에서 납관업을 하는 이쿠에이 사장을 찾아가 납관업무를 배운다. 처음에는 적응하지 못했지만 사장의 날랜 모습과 죽음 뒤 영원한 여행을 가이드해준다는 설명에 그도 점차 자신의 적성과 맞는 일일거라고 믿는다.


그에게는 착한 아내가 있다. 고가의 악기를 샀다고 해도 첼로를 그만두고 고향에 가자고 해도 그녀는 남편의 말에 동의해준다. 하지만 남편이 납관업을 한다는 사실에 질색을 한다.


다이고의 아버지는 그가 어린 시절 집을 나가 소식이 없다. 마을엔 작은 목욕탕이 있다. 그 목욕탕을 운영하는 할머니는 당신의 아들이 그 목욕탕을 팔아버릴까봐 전전긍긍한다.


누구나 고민은 있다. 영화가 뒤로 가면서 이런 고민과 갈등은 결국 다이고가 보여주는 프로페셔널한 직업태도와 진정성에 조금씩 갈무리되어 간다.


마지막 장면, 드디어 다이고와 아버지가 해후하지만 이미 아버지는 돌아가신 시신의 모습이었다. 다이고는 울면서 납관의례를 해준다. 아버지의 손아귀안에는 다이고가 어린 시절 준 작은 돌이 있다.


다이고 역의 모토키 마사히로는 상하이의 밤, 으랏차차 스모부등에 나와 친숙한 배우며 그의 아내로 나온 히로스에 료코는 10년전 이맘때 최고의 아이돌 스타였다. 비밀과 철도원등에서 청순미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그런 그녀가 이제는 새댁역으로 나온 것을 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개인사이긴 하지만 이 영화 찍을 무렵 이혼의 아픔이 있어서인지 여전히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에서 조금 슬픈 표정이 엿보였다. 


이 영화 보는 내내 염을 하는 장면이 계속 나왔지만 그게 혐오스럽거나 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누구나 그길을 한번쯤 가야 한다면 죽은 뒤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 그렇게 해줄까라는 생각...아마 보는 사람 대부분은 한번씩 생각해보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