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줄리앤줄리아 - 시대를 뛰어넘는 맛의 성찬, 그녀들이 만들다

효준선생 2009. 9. 18. 00:46

 

 

 

 

 

 

 

 

누군가 그랬다. 책은 선현(先賢)과 만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그 말이 어린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히려는 어른들의 얄팍한 속셈인지는 몰라도 그 방법을 통해 어린이들은 자신의 꿈과 이상을 기하급수적으로 키워 나갈 수 있었다.


채륜이 종이를 발견한 이후 인류 문명은 자신의 의견을 글로 남겨 보존했고 이는 후대로 전해지면서 엄청난 지식의 보고로 남을 수 있었다. 간혹 원전보다 더 나은 후기본이 등장하기도 했으며 이는 인류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기도 했다.


누가 아는가 오늘 내가 남기는 글월들이 나중에 누군가가 살을 붙이거나 윤색을 해서 더 훌륭한 문장으로 승화시켜 놓을지를.


줄리아는 1940년대 프랑스 요리법을 미국에 소개시킨 인물이다. 그리고 그가 남긴 한권의 요리책은 1990년대 줄리라고 하는 어느 젊은 여성에 의해 블로그를 통해 세상과 만나게 된다. 영화 줄리앤 줄리아의 기본 얼개는 이 과정을 투샷으로 나누어 보여준다.


이름도 비슷한 두 여인은 닮기도 하고 닮지 않기도 하다. 줄리는 프랑스 파리로 파견간 남편을 따라갔지만 그곳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엉뚱하게도 모자 만들기를 배우지만 그도 신통치 않았다. 친구들의 조언으로 요리학원에 가면서 비로소 자신의 적성에 맞는 취미를 찾게 된다. 그녀의 솜씨는 모두를 놀라게 할 정도였고 특히 그녀의 남편은 물심양면으로 그녀를 도와준다. 나중에 미국으로 돌아온 줄리는 출판사와 연계 본인의 책을 남기게 된다.


한편 시간이 훌쩍 지나 21세기가 코앞인 어느 날 9급 공무원쯤되는 줄리는 생활의 권태로움에 못이겨 하다가 줄 리가 쓴 책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안에 있는 레서피대로 요리를 만들고 이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기로 한다. 기한은 1년, 그녀의 남편역시 아내를 위해 거의 헌신적으로 도와준다. 온라인에서 조금씩 인정받기 시작한 줄리의 블로그,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은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이미 아흔이라는 나이의 줄리아는 줄리가 올린 블로그를 보았다며 소식을 전하고 이에 줄리는 난감해 한다.


과연 시대를 뛰어넘은 두 명의 여성 요리사는 조우할 수 있을까?


누구보다 자기일에 적극적인 두 여성의 활약과 그녀들 곁을 지켜주는 남편의 힘은 연신 등장하는 보도 듣도 못한 다양한 요리의 향연속에서 한층 빛나게 해주었다.


두시간이 훌쩍 넘는 러닝타임은 줄리와 줄리아를 번갈아가며 찍어내는 바로 그 시간이기 때문이었다. 줄리 역의 에미 아담스는 최근 박물관이 살아있다의 천방지축 여자 비행사와 선샤인 클리닝의 로즈로 나왔고 줄리아 역의 메릴 스트립은 더 말이 필요없는 최고의 배우다.


메릴의 어눌하고 꾹꾹 누르는 듯한 억양이 다소 귀에 거슬리지만 줄리아의 캐릭터가 그렇다고 하니 용서해줘야 겠다.


누가 아는가 내가 오늘 쓰는 온라인상의 글을 보고 누가 출판해준다고 할지,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려야 할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