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아무도 모른다 - 누가 이 아이들을 방치했나요

효준선생 2009. 9. 13. 01:28

 

 

 

 

경제적으로 모자랄게 없어 보이는 메가시티 동경의 어느 작은 아파트, 엄마로 보이는 여자와 12살이라는 아들이 이사를 온다.  그런데 모자는 커다란 트렁크를 소중하게 여긴다. 집을 구하고 나서 모자는 큰 한숨을 내쉬며 트렁크를 여니 그 안에는 작은 아이들이 들어 있다. 아이들이 많은 집에는 세를 놓기 싫어하는 집주인 때문이었다. 겨우 이사를 마치자 엄마는 돈을 벌러 나간다고 한다.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큰 아이인 아키라(야기라 유야)가 맡았다. 아키라는 엄마가 남기고 간 돈으로 집세와 각종 공과금을 내고 남은 돈으로 아이들에게 편의점에서 가공식품을 사다 먹인다. 이 집 수상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엄마는 아이들에게 집밖으로 나가서는 안된다는 규칙을 말해주었고 학교도 가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알고 보니 아이들의 친부가 모두 다르다. 하지만 아이들끼리는 서로 싸우거나 다투지 않는다. 겨울이 다되어 다시 찾아온 엄마, 하지만 엄마는 다시 일을 알아보러 간다고 하며 집을 떠나갔다. 크리스마스때 돌아온다고 하고...

 

하지만 이듬해 봄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는 엄마, 아이들은 세상과 격리된채, 자신만의 빈약하기 그지 없는 울타리안에서 연명한다. 한편 외톨이로 지내는 여학생 사키는 이들 남매와 어울리게 된다. 그러나 그녀역시 큰 보탬은 되지 않는다.

 

가난과 맞물려 일탈행위의 선상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아키라, 어느날 집에 돌아와 보니 막내 유키가 숨을 거두었다. 아이들은 아주 담담하게 그리고 조금은 엽기적인 방법으로 막내를 보내주기로 한다.

 

시간은 흘렀지만 아이들의 생활은 변하지 않은채 그렇게 아이들의 뒷모습을 비추고 끝났다.

 

 

이 영화는 러닝타임이 무려 141분이나 되는 초장편이다. 하지만 어느새 그들 아이들의 생활속으로 빠져들어가 허우적 거리느라 시간가는줄도 몰랐다. 화면은 느리지만 그안에 섬세하고 꼼꼼하게 새겨넣은 미쟝센들은 무척이나 고레이다 감독 스럽다.

 

예를 들어 유키가 쓰던 크레파스 처음에는 모든 색이 다 들어있어 어느 것을 쓸까 고민도 했지만 마지막에 손톱만큼 몇개 남은 크레파스만이 뒹굴고 있다.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아이들의 피폐한 모습은 정말 심각할 정도였다. 도대체 어떤 부모길래 저렇게 아이들을 방치할 수 있을까

 

엄마역으로 나온 you는 다음 영화인 걸어도 걸어도에서 특유의 애교섞인 목소리로 딸역을 맡았는데...아마도 잘사는 집으로 재가를 간게 아닐까 싶었다.

 

엔딩 자막에 이 영화의 배경은 실화이며 나중에 엄마와 아이들이 만났다고 한다.

 

이 영화가 주목받은 것은 2004년 칸 영화제에서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였다. 당시 수상자로 나온 야기라 유야의 얼떨떨해하는 모습이 기억이 난다. 그리고 사키역의 한영혜는 재일교포로 알고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걸어도 걸어도를 인상깊게 본 터고 워낙 잘 알려진 영화여서 뒤늦게 본 터이지만 그 감흥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제1회 서울국제사회복지영화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