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세븐투원 - 일곱가지 사건이 절묘하게 하나로 수렴되는 보기드문 수작

효준선생 2009. 9. 9. 13:57

 

 

 

 

뜻밖의 수확이었다.

낯선 기법의 영화였지만 편집의 승리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복잡한 듯 보였지만 뒤로 갈수록 사건이 자동적으로 수렴되는 나선형의 프레임을 가진 영화, 수작으로 꼽을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오래 기억에 남을 듯 싶다.

 

이런 평을 하는 이유인즉, 세븐투원이라는 제목만 봐서는 721인가? 라고 생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모호한 의미로 받아졌지만 그게 아니었다. 일곱가지 사건이 하나로 합쳐진다는 의미였다. 일곱가지 사건이 무엇인지 셀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전개되었다. 하지만 분명 편의점에서의 살인사건을 가운데 두고 전후 사건이 엄청난 회오리를 치며 만들어져 가는 형상이 그만큼 최고였다는 의미다.

 

영화 세븐투원의 주인공은 무려 13명이다. 약간씩 비중이 다르긴 하지만 딱히 누가 최고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없다. 감독이 그렇게 만들어 놓았을 수 있지만 아무튼 홍콩의 젊은 연기자들이 총출동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이 13명은 각자의 아픔을 가지고 살고 있다. 양성애로 고민하는 여자, 그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에게 복수하려는 또 다른 레즈비언, 도박에 중독되고 도박빚에 쫒기는 남자와 그 남자의 빚을 갚아주기 위해 몸을 팔려는 술집 여자, 그 술집에서 불법 도박을 알선하는 남자와 사장, 그들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형사, 그리고 그 형사를 형으로 두고 늘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동생과 동생친구들, 그 중의 두 명은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는 여자, 그 여자를 성추행하려고 하고 또 남친의 도박빚을 갚아주려는 여자를 돈으로 사려는 편의점 사장, 이렇게 모두 13명의 홍콩 젊은이들이 마치 실타래 처럼 얽히고 설킨 채 살고 있다. 영화보면서 13명이 누군지 기억하느라 고생했다.

 

영화의 시작은 편의점에서의 살인사건과 교통사고로 시작한다. 그리고 다시 플래시 백...편집의 승리라고 한 것은 두 사람이 대화를 하고 있으면 다른 사람이 주변에 있는 모습이 잡히고 그 사람의 시각에서 사건이 다시 한번 보여진다. 이게 계속 반복되면 지루하거나 실수 할 수 있는데 이 영화는 아주 깔끔하게 마무리 되었다.

 

영화의 마무리는 다시 편의점에서의 살인 사건과 교통사건이다. 명쾌하게 전후 상황을 설명해 주며 등장인물들의 갈길도 정해준다. 내용보다는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그렇게 정리가 된다는게 놀라울 뿐이다.

 

엔딩이 시작되면서 if라는 자막이 떠올랐다. 만약에 사건이 일어나는 단서가 제거되었다면 편의점에서의 살인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주 희귀한 시퀀스를 만들어 넣었다. 물론 그랬다면 이 영화 탄생하지 못했을 텐데..기발한 발상이 놀랍다.

 

혹시라도 이 영화 본다면 13명이 과연 누구인지 처음부터 꼭 명심하고 봐야 재미있는 영화다. 그냥 화면만 따라가다 보면 짜증이 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도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둘중 몇몇은 홍콩영화계에서 주목받는 신인이지만 아직 우리에겐 낯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