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온더라인 - 당신이 몰래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그도 알고 있다

효준선생 2009. 9. 7. 00:25

 

 

 

아시아나 국제 단편영화제에 다녀왔습니다. 이 행사는 약칭ASIFF2009라고 하며 정식일정은 11월인데 사전 행사격으로 순회상영전을 하고 있습니다. 9월 5일부터 9월 13일까지 명동 해치홀에서 있으며 평일엔 3개의 프로그램이 휴일엔 3개의 프로그램이 4번 상영됩니다.

 

제가 오늘 보고 온 영화는 프로그램 1,과 프로그램 2의 것들은데 대개 10분 전후읟 단편입니다. 단편영화가 묶여져 있으면 방금 본 영화의 얼개를 각인하기도 전에 새로운 영화와 맞닥뜨려야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오늘 본 12개의 작품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프로그램 2에 들어가 있는 독일 영화 온 더 라인입니다. 단편이라고 하기엔 조금 긴 30분 분량인지라 전개가 매우 짜임새가 있습니다. 반전도 들어 있는 스릴러에 가까운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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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지방도시의 어느 백화점, 남자는 백화점에 설치된 CCTV를 통해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절도등 불미스런 일들을 살펴보고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서점파트에서 일하는 리사라는 여자에 관심을 갖게 된다. 잠시 짬이 나면 별일 없을 것 같은 서점의 리사쪽 카메라를 응시한다. 게다가 둘은 같은 노선의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한다. 조금씩 안면을 넓혀가던 중 어느날 리사가 어떤 남자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지하철에 타는 모습을 발견하자 남자는 내심 복잡한 심경에 빠진다. 그런데 리사와 그 남자가 싸우고 리사가 중간에 내렸다. 혼자 남은 남자는 지하철안의 불량배들과 시비가 붙는 바람에 사망하고 만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를 지켜보던 남자는 도와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서둘러 지하철에서 내려버린다. 다음날 죽은 남자는 리사의 남자친구가 아닌 친 오빠라는 사실을 알고 남자는 양심의 가책을 받는다. 조금씩 거칠어지는 남자, 가족을 잃어 점차 황폐화져가는 여자...

 

건물 옥상에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 영화는 관음증, 타인에 대한 무관심, 청소년 비행, 절도등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현대 도시에서 발생하는 많은 사회문제를 담아내려고 애를 쓰고 있다. 그리고 본의가 아닌 사건의 결과에 대해 한 인간의 양심의 가책을 그려내는데 탁월한 심리적 묘사를 가하고 있다.

 

남자역할을 맡은 배우 역시 매우 진중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으며 독일 영화다운 진지함이 영화 곳곳에 묻어났다.

마지막 시퀀스는 바로 이렇다. 여전히 서점 쪽에서 일하는 리사를 지켜보던 남자, 그는 조금씩 놀라게 된다. 왜냐하면 CCTV건너편의 그녀가 마치 자신을 그녀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처럼 시선을 맞춰오기 때문이었다.

 

그건 사건현장에 자신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녀가 아는 것 처럼 말이다.

 

2008년 클레르몽페랑 국제 단편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영화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