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파이어 프루프 - 위기의 연인들을 위한 잠언록과도 같은 영화

효준선생 2009. 9. 6. 01:23

 

 

 

 

 

 

 

남녀가 만나서 사랑에 빠지고 그 사람의 이해와 관심을 끌기 위해서 나름대로 많은 연구를 한다. 그런데 결혼을 하게 되면 더 이상 그(그녀)를 위한 공부를 하지 않게 된다. 이를 매너리즘이라고 한다면 수많은 커플들은 그 매너리즘을 극복하고 살까 아니면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

 

예전 보다 인연에 대한 믿음이 희박해진 오늘날 많은 커플들은 흔들린다. 그런 불미스러운 가정속에서 서로간에 미움이 싹트고 누군가는 힘들어 하고 누군가는 자신을 몰라준다고 투정한다.

 

화재가 발생하면 빠르게 번지는 속도를 줄여주는 게 방화벽이다. 특히 지하시설물 통로에 보면 이런 방화벽이 많이 설치되어 있는데 사람과 사람간에도 방화벽이 있을 수 있다. 영화 파이어프루프는 바로 이 사람과 사람사이의 방화벽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남편과 아내는 끝까지 간 상태로 보인다. 한 집에 살지만 각방을 쓰고 서로의 식사마저도 외면한다. 간혹 하는 말이라고는 자신만 아는 이기주의자라며 공박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게 다다. 이런 집에 작은 변화는 남편의 아버지 즉, 시아버지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아들을 불러 수첩을 한권 전한다. 아들에게 40일의 유예기간으로 주고 하루에 한가지씩 미션을 풀어나가다 보면 아내와 화해의 길을 모색할지도 모른다고 권한다. 남편은 소방사로서 위험한 일을 하다가 다치기도 한다. 그러나 아내는 다친 남편을 보고도 본체 만체 한다. 남편은 조금씩 변화했다. 아내가 싫어하는 인터넷을 하지 않을 생각으로 컴퓨터를 박살내고 아내를 위해 커피와 꽃을 사다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차가워진 아내의 마음은 오히려 직장인 병원 의사에게 쏠려 있다. 남편은 40일이 다가오면서도 그 수첩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물론 힘든 일이 생길때 마다 아버지의 코치를 받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자신이 해결해보고자 한다.

 

드디어 정해진 날이 왔다. 과연 위기의 부부는 화해의 길을 모색했을까 아니면 영원히 남남의 길에 접어들었을까? 그리고 그 수첩안의 내용이 무엇이길래 남편으로 하여금 이렇게 지속가능한 시도를 할 수 있게 했을까

 

이 영화는 신앙의 힘을 빌려 구원을 받고자 하는 부분이 많이 나온다. 그래서 해당 신자가 아닌 경우 거부감도 들겠지만 관객을 감동시키는 부분은 신앙과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라 예전처럼 사랑할 수 있는 사이가 되게끔 노력하려는 남편의 의지가 가상해 보여서다.

 

아무리 험악한 부분사이라도 진정성을 가지고 해결하려면 못할 것은 없어 보인다. 비교적 긴 러닝타임이지만 수첩에 적혀진 미션대로 해보려는 남편의 행동은 옅은 미소가 번지게 했다. 마지막 용서라는 화두가 둘 사이에서 피어오르자 명치끝에서 조금씩 느꺼워져 오는 무엇인가를 느꼈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흥분하고 싸우는 수많은 인연들, 그들에게 바치는 잠언록과도 같은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