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 - 만약에 한 명이 범인이 아니라 공동 범행이라면?

효준선생 2009. 9. 5. 04:07

 

 

 

 

 

이태원 살인사건의 가장 큰 굴레는 이 영화의 배경은 바로 실화라는 점이다. 그것도 미제나 다름없는 사건에다 이해당사자가 엄연히 살아있다는 사실에서 분명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영화 시놉앞에다가 수많은 사람을 인터뷰했고 조사기간만 다른 영화의 몇배를 사용했다고 공언했다. 그만큼 영화 외적인 시선에 부담스러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이태원 살인사건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답답함만을 남겨주고 말았다.

 

형사추리물이란 처음에는 꼬일대로 꼬이더라도 나중에는 명쾌한 실마리를 제시해주어야 함에도 결국 자기 굴레를 더 엉클어 트린게 아닌가 싶었다. 만약 내가 피해자의 가족이었다면 그래서 도대체 누가 범인이라는 말이냐고 힐난했을 것 같았다.

 

이태원의 어느 햄버거집 화장실에서 젊은 남자가 흉기에 찔려 살해당했다. 범인으로 지목된 두명은 멕시코인을 아버지로 한국인으로 어머니로 둔 피어슨, 그리고 미국교포인 알렉스다. 그 둘은 바로 박대식 검사로부터 자백을 강요받는다. 하지만 무엇때문이지 수사의 진척인 미적거리기만 한다. 왜 그랬을까?

 

박 검사는 둘중의 한명이 범인일 것이고 다른 한명은 그저 방관자일 거라고 추정만 한다. 그리고 법의학자의 의견에만 매달린다. 게다가 돈많은 집 자식인 피어슨의 변호사는 느물거리고 피어슨이 무죄임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이렇게 한쪽으로 추가 기울게 되자 박검사는 피어슨이 아닌 알렉스가 범인이라는데 심중을 굳힌다.

 

결론적으로 바로 이점이 실제 사건이나 영화속에서 자꾸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만을 보여주는 실책이 된 것 같았다.

 

영화를 보면서 반복되는 살인 장면의 시퀀스속에서 정답을 찾기 바랬지만 아마도 그렇게 해서는 범인을 잡긴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는 황당한 전개로 흘러갔다. 아니 황당하다기 보다는 풀어놓을 이야기의 밑천이 다떨어진 것 처럼 질질 끄는 인상을 받았다.

 

가급적 배우의 연기에 대해서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 영화가 흥행에 실패한다면 난 배우들이 제대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데 있다고 본다. 지적수준이 결코 낮지 않은 정진영은 무슨 생각인지 고집불통이고 공세적인 입장(확실한 용의자를 이미 확보한 상태)에 있는 검사임에도 매우 불안해 하는 모습만을 보여준다. 장근석은 손이 묶인 채(?)로 눈빛만으로 승부하려는 듯 싶었고 신승환은 아직은 덜 영근 모습이었다. 게다가 변호사로 나온 오광록은 그야말로 미스 캐스팅이었다 걸음걸이와 말투가 불안해서 툭치면 쓰러질 것 같은 그의 모습에서 자꾸 안좋은 그의 신변사가 떠올라 집중하기 어려웠으며 알렉스의 아버지 역으로 나온 고창석은 인사동 스캔들에서의 묵직한 이미지 정도가 딱이었다.

 

누가 범인인지 알았어도 그게 진실이 아님을 영화를 다보고 알게 되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한국 국적의 젊은이가 사망했는데도 미국 국적의 용의자들은 도마뱀 꼬리짜르듯 빠져나갔고 그것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이 사회의 시스템이 분노스러웠다.

 

그들중 한명이 범인임을 전제하는 단서는 반복되던 등장한 "따라와 보여줄게 있어"라는 말이었다. 그말을 한 사람이 범인일까? 

사족이겠지만...만약에 그둘중 한 명이 범인이 아니라 공동의 범행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