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차우 - 온갖 영화적 요소는 다 들어간 신나는 컬트 무비

효준선생 2009. 7. 9. 00:56

 

 

 

 

 

포스터에 쓰여진 괴수 어드벤처라는 말만 보면 제2의 괴물 등장인가 하겠지만  영화 차우는 조금 다른 성향의 컬트 무비 계열로 자리매겨 봄이 타당하다. 컬트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중간에 불쑥 튀어나오는 미친 여자(고서희 분)와 몇몇 등장인물의 표정과 동작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것이다.

 

식인 멧돼지의 존재 부터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천포수의 말처럼 인간이 제 욕심만 차려 동물이 살만한 땅을 모두 개발하면서 먹을 것이 없어진 멧돼지가 사람 맛을 보게 되면서 시작한 일이라고 하며 관객들을 설득시킨다. 영화 중간에 천 포수가 멧돼지의 배를 갈라 그안에서 이것 저것 끄집어 내는 장면은 바로 그 점을 상기시킨다.

 

사냥꾼과 어느 여인이 토막살인 사체로 발견된다. 그런데 가해자는 사람이 아니라 멧돼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암컷이 사살된 뒤 멧돼지는 더욱 기세 등등하게 사람들을 공격하며 이에 이런 저런 이유로 멧돼지 사살작전에 다섯명이 나선다. 서울에서 내려온 어수룩한 김 순경(엄태웅), 그의 상관인 신경사(박혁권), 생태학과 조교(정유미), 그리고 천포수(장항선)와 백포수(윤제문)다. 그들은 산속에서 멧돼지에 쫒기면서도 그 험악한 곳에서 웃음을 만들어 내려고 작심한 듯 뛰어 다닌다.

그리고 폐탄광과 공장...마지막 결투를 앞둔 김순경, 조교, 그들은 엄청난 괴력의 멧돼지와 맞서 살아날 수 있을까?

 

이 영화를 컬트틱하다고 정의함을 쫒아다니다 보면 신정원 감독의 시실리 2km라는 전작이 생각난다. 임창정이 나왔다는 사실만 기억나는 영화, 이 영화에서도 삼매리 11km라는 이정표가 바로 내가 그때 그 영화 감독임을 말해주고 있다. 김순경이 도착한 마을에는 좀 이상한 사람들이 산다. 그중의 하나가 미친 여자로 영화 속의 또 하나의 영화 처럼보였다.

 

영화는 매우 스피디하고 컷 수가 많아서 딴 생각할 수 없게 한다. 120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지속적으로 헉, 소리가 나도록 뒤로 몸을 제끼게 만드는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을 만끽하게 해준다.

 

영화 차우의 또하나의 매력은 캐릭터가 매우 선명하다. 주인공 격인 다섯명이 가진 캐릭터는 저울에 달아 놓은 고기처럼 돌아가면서 매력을 발산한다. 처음에는 엄태웅만이 북치고 장구치고 나머지는 들러리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3월 개봉했던 핸드폰 때문이리라. 쫒아만 다니던 엄태웅이 이번에는 도망만 다니는 모습을 보니 수동적인 모습이 그 답지 않아 보였는데 소리지르고 욕만 하던 전작보다는 나아 보인다.

 

그중의 한명만 꼽으라면 백포수역을 맡은 윤제문을 들겠다. 이 남자 매우 거칠고 독선적인 인상이다. 마더에서 형사로 나왔는데 차우에서는 남성미 물씬 풍기는 포수역에 조교를 조금 좋아하는 것 같은 순진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반두비에서 엄마의 남자, 지금이대로가 좋아요의 횟집 남자등으로 나왔던 박혁권(이 이름, 작년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정석용이 맡은 이름이다)도 이영화를 통해 찌질한 형사역을 재미있게 소화해냈다.

 

그외에 여러 등장인물들도 나름의 역할을 잘 소화해냈다고 본다. 화면 컷이 다소 거칠지만 어드벤처 영화가 멜로 영화처럼 고울 수는 없지 않은가. 컴퓨터 그래픽이 눈에 띄게 어설프다라는 말을 많이 하겠지만 이영화의 주인공은 차우가 아닌 인간이라는 점만 잊지 않고 보아주었으면 한다. 인간이 망쳐놓은 환경으로 인한 동물의 복수를 서툴지만 진지한 다섯명이 힘을 합쳐 잡아낸다는 얘기이므로 ...처음부터 이 영화 컴퓨터 그래픽이 엉성해라고만 트집을 잡고 보면 영화가 주는 쏠쏠한 재미를 놓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맨마지막 부분 다들 다 끝났나 생각하고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을 할 즈음, 보너스 트랙이 있다. 그걸 보면 왜 이 영화가 컬트적이며 또 2편이 나올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지 말해준다.

 

한 5백만명 들면 2탄을 만들지 모르겠다. 새끼돼지의 눈빛을 보니 그렇더구먼...

 

그나저나 당분간 순대 못먹을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