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미식촌 - 철거직전의 시멘트덩어리와 쓰레기가 사람을 품고 있다.

효준선생 2009. 6. 22. 22:21

 

 

철거직전의 연립주택에 등장한 노랑머리의 여자.

 

 

손님의 전화를 기다리는 일이 일상이다.

 

 

영화의 마지막 노랑 가발을 벗고 산바오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고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중국 대련의 한 농촌마을, 주변은 개발의 붐을 타고 있지만 도심에서 조금 벗어난 이곳은 80년대 대충 지은 시멘트 연립주택이 상존하고 있다. 그안에는 마치 벌집구조같은 주거공간이 있고 그안에서 사는 사람들은 마치 시대의 군상처럼 우글거리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팅팅은 콜걸이다. 그녀는 같은 곳에서 사는 산바오와 연인사이다. 하지만 산바오는 그 사실을 어렴풋하게만 알뿐이다. 팅팅은 산바오와 그의 아버지(넝마주이)를 위해 방한칸을 마련해주고 가끔 그곳에서 세명이 함께 잘때도 있다.

 

시멘트 건물은 철거를 앞두고 있다. 그 어느것 하나 정상적인게 없다. 도시의 쓰레기는 모두 이곳으로 오는 양 더럽기 그지 없고 사람들도 거칠어 보인다. 싸움이 벌어지고 소란스럽고 마작으로 소일하는 사람들, 어느날 팅팅의 친구가 산바오에게 팅팅의 정체를 말해준다. 산바오는 격분해 팅팅에게 싫은 소리를 한다. 팅팅은 자신이 몸을 팔아 돈을 버는 이유가 가게라도 하려고 했기때문이라고 한다.

 

무슨일인지 언급은 없지만 산바오는 위험한 일을 하고 왔다고 하며 둘은 가게를 알아보러 나간다. 하지만 바로 그때 들이닥치는 경찰, 산바오는 경찰에 체포되고 팅팅은 그 건물에 남아 멍하니 빈 공간을 쳐다 볼 뿐이다.

 

가오원동 감독의 영화 미식촌은 작년 베를린 영화제에 초청받았지만 수상은 하지 못했다. 독립영화에 가까운 이 영화가 주목을 받은 것은 도시 밑바닥 저편에 깔린 서민들의 일상을 마치 관음증 환자처럼 들여다 보고 있기 때문이다. 배우들도 무명이다. 나오는 인물들도 왜 자신이 그런 연기를 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는 표정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서 영화의 공식적인 문법이 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린 영화를 보면서 사람에 의한 스토리에 집중하려는 경향이 있다. 요즘 잘나간다는 터미네이터나 트랜스포터는 기계아닌가 라고 묻지만 그 기계안에 감독이 집어넣은 의인화를 배제한다면 그것은 고철덩이에 불과할 뿐이다. 반대로 이 영화의 주인공은 불순하게 끼어든 사람들이 아닌 바로 그 건물이라고 하면 어떨까? 그 흉폭하고 더러운 시멘트 덩어리가 마치 사람들을 몰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말이다. 그래야만 자신이 무사히 철거될 수 있고 새로운 빌딩으로 내쫒긴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안의 사람들은 갈 데가 없어보인다. 들고 나는 사람들, 마지막 부분 대사에 이곳은 조만간 철거된다고 하는데 저사람들은 왜 다시 들어오는 거지...

 

그렇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바로 철거 직전의 건물인 셈이다. 건물이 자신의 폐부를 드러내고 있고 그안의 사람들은 마치 사람으로 치면 기생충이나 다름 없음을 말하려고 하는 것이다. 사람이 기생충화된 것은 누군가의 권력과 재물에 의해 그곳밖에는 갈 곳이 없어져 버렸음을 말하는 것이다. 엔딩장면 처음으로 그 건물밖을 부감하고 있다. 저멀리 조금씩 도시의 아웃라인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빌딩과 전철이 지나고 있다. 언젠가 이 건물은 철거될테지만 그안의 사람들에게 희망은 별로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