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반두비 - 소녀는 우리가 알고 있던 그 소녀가 아니었다.

효준선생 2009. 6. 24. 01:56

 

 

 

 

소녀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소녀가 아니었다.



영화 반두비는 미완의 풍자극이다. 겉으로는 이주노동자와 여고생(백진희)의 만남을 다루었다고 하지만 그안을 대충이라도 살펴보면 이건 그게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어쩌면 영화는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전개시키려고 작정한 것 같다. 그런데 중간 중간 끼어드는 불편한 진실에 대한 심한 비꼼은 관객이 이 영화의 진정한 내러티브가 무엇일까  몰두하는데 간간히 웃음을 줄지는 몰라도 오히려  방해가 되지 않는가 싶었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카림은 전에 다니던 회사 사장집을 찾아다니며 체불임금을 달라고 하지만 거절당한다. 그런 카림과 소녀는 버스안에서 우연히 만난다. 그런데 이 소녀 겉모습과는 달리 매우 의뭉스럽다. 카림이 버스안에 흘린 지갑을 슬쩍하고 영어학원을 다니기 위해 하드코어 향락업소(영화잡지에서 얼버무리는 일반적인 안마시술소가 아니다)에 나가기도 한다.


영화 중반 마치 궤도를 이탈할 것만 같은 아슬아슬한 만남이 카림과 소녀사이에서 벌어지는데 이 부분에서 관객들이 그냥 거기까지만 해라고 외치는 듯한 한숨소리가 터져나왔다.


또 한명의 인물은 그녀의 엄마다. 비디오방을 운영하면서 남자를 만나고 있다. 그런데 그 남자도 참 이해가 안간다. 소녀의 육두문자가 난무하는 막말을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그리고는 자기는 "민서의 아빠가 되고픈..."이라고 말꼬리를 흐린다.


소녀의 급진적인 행동은 무엇때문이었을까 막판에 자기와 이야기가 통하는 유일한 사람, 다시 말해 친구라고 하지만 과연 그녀는 다른 사람과 소통을 위해 무슨 노력을 했던가.

그녀가 소통할 수 있는 풀은 없다. 그녀 스스로가 자신의 섬을 만들고 살면서 카림만이 자신의 친구라고 하는 것은 모순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감독은 반정부주의자 이거나 아니면 교묘하게 야당을 비꼬는 친정부주의자다. 궤변이겠지만 전자로 보기에는 그의 직유법은 너무나 노골적이고 후자로 보기엔 그저 안쓰럽기만 하다. 물론 전자일 가능성이 더 크지만 영어선생과 학생과의 이야기부분에서는 자기검열에 들어가는 모습에 쓴 웃음만 나왔다.


영화에 이데올로기를 넣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한국사람의 터부를 건들여 가면서 그럴필요가 있었을까 만약 소녀가 카림의 목적인 돈받아내기에 열심히 동조했다면 통쾌했을 것이다. 마치 임꺽정처럼 말이다. 하지만 “만수네”집까지 쳐들어가놓고도 헤질러 놓고 그냥 나와버리고 만다. 소녀는 카림과의 키스를 통해 자기파괴에 들어간다. 스스로 결혼을 운운한다. 그러나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보인다. 전에 알지 못했던 손으로 밥먹기...이문화에 대한 이해를 영화의 지향점으로 두는 정도로는 관객을 이해시키기엔 힘이 부쳐 보인다.


이 영화 미성년자 관람불가다. 두어 장면에서 짤릴만한 화면이 나오지만 노골적이지도 않고 유쾌하지도 않다. 하지만 혹자는 선정적인 장면보다는 현직 대통령을 쥐라고 표현하는 장면, 조중동을 보는 만수를 비꼬는 장면, 촛불소녀 뺏지를 가방에 달고다니는 모습 때문에 그리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들리는 말로는 감독왈, 어떤 요소이든 간에 영화의 진정성을 훼손하는 게 싫어 그냥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나간다고 했다. 만약 감독이 이 영화 청소년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다면 선정적인 장면은 없어도 그만이었다. 오히려 그게 더 자연스러웠는지 모른다.


영화가 끝나고 감독과 배우가 무대에 올라왔다. 그리고 함께 극장문을 나섰다.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출신의 배우 그리고 44사이즈의 단구의 여배우, 자꾸 극중 카림과 민서의 실체와 비견되면서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왜 그랬는지는 직접 영화를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