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킹콩을 들다 - 시대의 암울함을 감동을 담아 들어 올렸다.

효준선생 2009. 6. 18. 00:21

 

 

영화 킹콩을 들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이범수가 맡은 코치역할의 주인공은 바로 전병관의 스승이었다고 한다.

엔딩크리딧 꼭 보고 나가세요

 

 

이 장면까지만 해도 그저 스포츠에서의 승리를 말하는 구나 싶었는데...조안의 망가진 얼굴이 참 아름다워 보였다.

 

 

보성여중과 중앙여고 옷을 함께 입고 있다. 분명한 메시지가 있다.

 

 

 

아...감동적이었다. 스포츠 경기는 이겨야 제맛이라고 하지만 경기의 결과에 상관없이 그녀들이 보여준 눈물에 이즈음 따라 울고 싶어졌다.

 

영화 킹콩을 들다는 관객들을 울리려고 작정하고 만든 영화처럼 보인다. 그러나 무작정 슬픈 게 아닌데도 이상스럽게 동화가 되었다. 어쩌면 최근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시대의 갑갑함때문에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처음 킹콩을 들다라는 제목만 보고서는 아마 고생해서 일등한 이야기 정도겠거니 하고 제2의 우생순인가 싶었다. 하지만 이 영화 분명히 스포츠에서의 승부만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음을 중반이후 서서히 알게 된다.

 

영화를 본지 정확하게 2시간도 안되었는데 여전히 가슴이 먹먹하고 빨리 글을 써서 내 느낌을 정리하고 싶다.

 

전북의 어느 시골 여중.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였지만 이제는 웨이터 신세로 전락한 이지봉이라는 남자가 이 학교 역도부 감독으로 온다. 그는 그야말로 역도의 역자도 모르는 오합지졸 학생들을 모아놓고 오히려 역도부 선수가 되지 말라고 한다. 자신이 운동한 결과에 대해 후회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그러진 아이들의 형편을 보고 그는 다시 기운을 차리며 새로운 역도부를 만들어간다.

 

초반 영화속 에피소드는 무궁무진하게 나오며 관객들을 웃음속으로 몰아 넣는다. 하지만 그런 즐거움은 중반으로 넘어서면서 불길한 기운을 감돌게 한다. 우선 이지봉 선생은 심장병을 앓고 있다. 그때문에 선수생활도 연장하지 못했고 늘 약을 끼고 산다.

 

게다가 선수들을 빼내간 중앙여고의 코치는 폭력과 힘으로만 선수를 지도하려든다. 주먹이 날아들고 각목이 횡행한다. 퍼렇게 멍이 들정도로 몽둥이질을 하는 코치를 보면서 난 이 시대를 말하고 싶었던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진심으로 자신들을 위해주었던 이지봉 선생을 그리워 하며 보성여중을 다시 찾아갔지만 중앙여고 코치의 농간으로 폐쇄되었다. 결국 다시 중앙여고로 돌아와 간신히 시합을 준비하지만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눈물 뿐이었다.

 

안그런 사람들도 있지만 최근 한국 사회...암울하다고 생각한다. 경제가 시들해서가 아니다. 북핵위험이 농후해져서도 아니다. 그저 난 이런 말이 하고 싶은데 들어주어야 할 사람은 귀를 막고 있는 이런 세상이 나를 암울하게 만드는 것이다.  얼마전 많은 사람이 누군가의 죽음에 자기도 모르게 마음아파했고 슬퍼했다. 그런데 오늘 이 영화, 며칠전 그 상황이 또 벌어지고 말았다. 꽉채운 시사회장..그렇게 웃던 관객들이 숨소리 하나 내지 않고 침묵했다. 그리고 누군가가 흐느꼈다.

 

영화관을 나서는 사람들...얼굴이 벌겋게 상기되거나 혹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슬픈 영화를 보고서도 소리내서 울지 못하는 2009년 여름 대한민국..바로 이게 사람들 가슴 한켠을 짓누르고 있는 암울함이다.

 

마지막 부분 아이들은 새로 옮겨간 가슴팍에 붙은 중앙여고의 마크를 뜯어낸다. 코치의 주먹이 날아들었지만 그녀들은 울면서 이. 지. 봉이라고 써넣고 있었다. 그 이름이 누군가의 대신임을 왜 모르겠는가.

 

여자임을 포기하며 극한의 생리현상까지 표현하며 좋은 연기를 보여준 6명의 여배우들과 이범수.

땀과 콧물마저도 감동으로 동화시켜버린 영화 킹콩을 들다였다.

제목이 주는 의미는 마지막에 시퀀스로 보여준다. 꼭 찾아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