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걸어도 걸어도 - 지금, 가족과 행복하신가요?

효준선생 2009. 6. 16. 01:17

 

 

둘째아들 료타(아베 히로시)는 형이 죽은뒤 장남의 역할을 거부한다. 오랜만에 부모님이 살고 있는 집으로 돌아왔지만 새로운 가족(나츠카와 유이)때문에 부모님의 눈치를 본다.

 

 

형의 산소에 다녀오는 길..모친과 새로운 가족이 걸어가고 있다. 이 영화 제목 걸어도 걸어도는 극중 모친이 들려준 좀 오래된 노래 '블루 라이트 요코하마'에 나오는 한 구절이며 그 노래는 남편이 젊은 시절 바람을 피웠어도 그저 참을 수 밖에 없었던 일본 아내의 심정을 담고 있다.

그런데 이사진은 포스터 컷이지만 오늘 본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았다. 왜그랬을까. 이 장면을 찾기 위해 이 장면 시작되면서 눈을 부릅뜨고 찾았건만...

 

 

엔딩 크리딧이 올라가도 좀처럼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영화의 여운을 느끼라는 극장측의 배려다. 하지만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연신 자리에서 일어나 통로쪽에 앉은 사람에게 자리좀 비켜달라며 재촉을 한다. 잠시 일어나 자리를 내주고는 조명이 들어올때까지 앉아 있었다.

 

일본 요코하마는 해변에 위치한 도시다. 하지만 도심에서 좀 떨어진 한적한 마을에 사는 요코야마씨네. 소아과와 내과를 겸하고 있지만 이곳을 찾는 환자는 없다. 원장인 할아버지가 벌써 은퇴했기 때문이다. 영화의 시작은 할아버지네 집에서 십여년전 사고로 죽은 장남의 제사를 위해 가족들이 모이는 설정에서 시작한다. 멀리 떨어져 사는 둘째 아들과 딸네 가족이 오고 음식을 장만하면서 일순 시끌 벅적해진다.

 

사실 둘째 아들은 아들이 있는 여자와 결혼을 한 상태라 약간 어색한 분위기가 있다. 이에 비해 다소 푼수끼 있지만 정이 많은 딸과 사위는 전형적인 일본가정의 모습이다. 온 가족이 한데 모이면서 소소한 에피소드가 이어지고 가부장적이고 마초맨같은 아버지는 집안일에는 관심도 없고 자기 진료실에 앉아 있기만 한다.

 

영화의 주요 관심사는 장남의 오래전 죽음이지만 그다지 침울하지는 않다. 한국에서 4대 조상 제사때와 비슷하게...울지도 그렇게 슬퍼하지도 않는다. 만들어 놓은 음식을 나눠 먹고 사는 얘기를 나누며 새로 맞은 가족에 대한 미묘한 감정선만을 건들일 뿐이다.

 

이 영화가 심각한 갈등구조가 없이도 2시간을 끌어갈 수 있는 것은 배역의 캐릭터가 매우 선명함에 있다. 각자의 역할이 우리네 현대인들의 가족 구성원의 특질을 잘 살려내고 있으며 여기에 간간이 터지는 일본 스타일의 과장되고 오버스러운 능청떰이 크게 돋보인다.

 

모였던 가족이 다시 흩어지고 다시 만날 기약은 없다. 그저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갈 뿐이다. 그리고 엔딩...부모님은 몇년뒤 돌아가셨고 둘째 아들은 새로운 가족을 데리고 이곳에 찾아온다.

 

일본 중소도시 한적한 마을이 매우 매력적이게 아름다웠다. 여름에 찍어서인지 녹음이 무성하고 멀리 보이는 바다...내가 어렸을때는 여전히 일본식 바닥인 다다미에서 생활하는 증조할아버지를 본 기억이 났다. 다다미 방이 생경해서 연신 바닥만 눌러보고 했던 기억...지금 한국에 다다미방을 만들어 주는 곳이 있을까...

 

좁은 일본식 주택에서 벌어진 1박 2일동안의 소소한 일상을 들여다 보았지만 나도 모르게 추억인지 미래인지 가슴이 뭉클해져왔다.

 

영화 걸어도 걸어도는 근래 들어 본 영화중 수작으로 꼽을 수 있는 영화였다. 잔잔한 여운이 남아 오래 기억에 담아둘만했다. 이 영화 홍보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이번 주말 개봉이란다. 꼭 보시길.. 별 다섯을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