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 - 이미 정해진 운명과도 같았던 퀴즈쇼

효준선생 2009. 3. 11. 01:12

 

 

 

 자말은 라티카에게 우리의 만남은 운명이라고 말한다.

 

 

 

방금전 올해 아카데미상을 섭렵한 찐한 인도영화(?) 슬럼독밀리어네어를 보면서 심한 기시감에 시달렸다. 21세기초 한국의 퀴즈프로그램인 생방송 퀴즈가 좋다가 겹쳐졌기 때문이다. 세트와 프롬프트의 구조가 매우 흡사했다. 힌트도 그렇고...

퀴즈를 잘 푸는 사람에게는 어떤 능력을 가진 것일까? 단기간 상식문제집을 독파했을까? 아니면 운이 좋아서 찍는것이 모두 맞았던 걸까? 그것도 아니면 그 사람의 정해진 운명이 바로 퀴즈문제와 답이었을까?  영화는 세번째를 선택하고 있다. 영화 맨마지막에 감독은 해답을 자막으로 내보이고 있다. 잘 찾아보시길...

 

인도 뭄바이의 빈민촌 자말이라는 소년은 그동네 다른 어린이와 마찬가지로 배우를 좋아하고 환경은 매우 더럽지만 천진난만하게 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교도의 공격을 받아 엄마가 사망하고 그의 형 사림, 그리고 라티카라는 여자애와 함께 간신히 도망쳤다가 미만이라는 앵벌이 두목에게 얹혀살게 된다. 그곳에서 흉한꼴을 당하기 직전 자밀과 형은 겨우 탈출하고 라티카는 다시 잡히게 된다.

 

시간은 흘러 청년이 된 자말은 형과 달리 여전히 순수함을 잃지 않으려고 애를쓰고 한편으로는 연모의 정을 느꼈던 라티카를 찾아 떠난다.

하지만 어렵사리 만난 라티카와의 조우는 너무 짧았다. 우연히 퀴즈 프로그램에 나간 그는 탁월한 실력으로 퀴즈문제를 맞춰 나가며 전 인도인의 관심의 대상이 된다. 문제는 갈수록 난이도를 더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밀의 고단한 삶의 거울과도 같은 것이었다.

 

문제는 스포츠와 종교, 경제, 문학등 고루 다루고 있다. 자밀은 내가 느낀 것 처럼 데자부를 통해 문제를 맞춘 것이다. 문제를 맞추면서 상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사람들은 그 액수에 따라 반응한다. 하지만 자밀은 돈의 팽창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왜였을까?

 

영화막판 갱단의 보스 똘마니가 된 형 사림은 보스의 여자가 된 라티카를 풀어주고 자신은 욕조안에 돈을 풀어넣고 그안에서 숨을 거둔다.

풀려난 라티카는 차를 몰아 자말이 있는 방송국으로 향해는데...

 

마지막 문제...자말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영화의 흐름은 씨줄과 날줄을 교차하며 보여주고 있다. 자말의 생애를 시간 순으로 그리고 중간 중간 퀴즈쇼가 진행되고 있다. 모든 문제의 해답은 자말이 겪었던 일에서 단초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자말은 문제를 맞추고 돈을 탄다는 것보다 자신의 화제의 프로그램에 나오면 혹시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더 컸던 것 같다. 돈보다 사랑? 글쎄...

 

 

 

 

 

영화의 배경은 뭄바이의 빈민촌,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빌딩숲이 되어가는 현대의 도시, 그리고 스튜디오 이렇게 세군데에서 진행되고 있다. 인도의 성장통은 한국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개발과 철거민 그리고 그사이에서 민초들은 혹시나 나에게도 기적이 일어날까 오늘도 손에 든 로또복권...

 

영화가 끝나면 경쾌한 인도음악이 깔린다. 해내리라는 자막이 연속되는 것을 보니 희망의 찬가인 모양이다. 다보고 일어서길...

 

 

 

 

 

 

영화의 배경은 아름답지 않았지만 꽤나 짜임새가 있어 보인다. 2시간이라는 러닝타임동안 시계를 꺼내지 않고 집중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솔직히 제3세계 영화는 즐겨보지 않지만 혹자의 말처럼 미국자본이 투하된 변형된 볼리우드 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배경이 인도일 필요는 없었다. 중국이나 한국이 배경이었도 크게 이질감이 들지 않았던 것은 서구의 시선이 영화에 투영되어 있는 오리엔탈리즘 지향적 영화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인도말이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것 정도인데..친절하게 영어자막이 화면에 박혀있으니..물론 인도사람..영어 잘한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3명씩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어린 아역들의 연기가 인상에 많이 남는다. 아이들은 실제로 빈민촌에서 캐스팅했고 이번 수상으로 스타덤에 오르면서 좋지않은 후일담도 남긴 것 같은데...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나에게도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그런 기대를 대신 충족시켜주는 영화는 절대 아니다. 마지막 위닝샷이 다소 약하긴 했지만 퀴즈쇼 진행자의 모종의 계략이 인상에 남는다. 결국 믿을 사람은 자신 뿐이라는 것인가.

 

시사회에 다녀온뒤 바로 쓰는 이유는 아마도 이 늦은 시간 잠을 자버리면 내일은 휘발되어 버릴 것 같아서다.

 

누군가가 이 영화가 볼까라고 물으면 봐도 괜찮아라고 말해주고 싶다...그런데 여기에 나온 퀴즈문제중 내가 아는 문제는 달랑 하나 맨마지막 문제 삼총사 멤버는 뉴규?? 그것뿐이었으니..인도문화에 대해 무지하기 그지 없는..

 

제목을 입가에 읖조려 보면서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그냥 "빈민가 아이의 백만장자되기" 라고 했으면...그것도 참...

 

마지막으로 자말이 받은 2천만 루피는 한국돈으로 5억8천만원이네요.. 인도돈 1루피를 사려면 한국돈 29원을 주어야 한다니... 

 

오늘 꿈속에서라도 그돈을 만져나 봤으면 하네요...다들 부자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