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핸드폰 리뷰 - 소중한 것을 잘 간직해둬라

효준선생 2009. 2. 17. 02:18

 

 

영화<핸드폰>을 보았습니다. 운이 좋은 모양입니다. 일주일에 한편씩 시사회 티켓을 얻을 수 있다니.

아무튼 서울극장 그 넓은 극장에 앉아 보았는데 추워서 그냥 영화에 집중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물론 영화 핸드폰은 충분히 그럴 여지를 주었습니다.


배우들이 주장하듯이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을 소재로 다루었다고 하는데 요즘 세상에서 벌이지고 있는 극악무도한 정황이 마구 섞여 떠오르더군요. 각종 유괴사건, 전화사기, 사이코패스등등...


영화 핸드폰은 배우지망생 출신인  매니저 오승민(엄태웅분)과 핸드폰을 주운 이마트 고객상담실의 정주임(원래 이름은 따로 있는데 기억도 안나고 주임이라는 직책은 매우 중요한 장치가 됩니다. 박용우분)간의 숨막히는(?) 혈전입니다. 드릴러 영화임을 피력했지만 초반부터 상대방을 노출해 버림으로써 관객들은 앞으로 진행될 정황을 이미 파악하고 들어가게 됩니다.


오승민은 지나친 승부욕을 가진 인물로 사방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살고 있습니다. 사채업자에게 시달리고 피디와 광고주에게 자신의 거의 유일한 배우(이세나분)를 띄우기 위해 술판을 벌입니다. 그러던 중 소속 여배우와의 동영상을 퍼뜨리겠다고 협박한 남자와 실강이가 붙습니다. 서두르다 동영상이 담긴 핸드폰을 커피샵에 두고 나오는데 그걸 정주임이 습득하게 됩니다.

그이후 이야기는 오승민의 부인(박솔미분)와 그의 정부(?)그리고 정주임의 까탈스런 고객들로 점점 외연을 넓혀 갑니다.

핸드폰을 돌려주는 문제는 둘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안의 동영상을 인터넷에 오픈하겠다는 얘기가 돌면서 오승민은 거의 미쳐가는데... 오승민은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정주임의 직장을 알아내고 복수를 합니다. 하지만 정주임은 오승민의 아내를 인질로 잡고 결국 싸움끝에 파국에 이릅니다.


줄거리는 좋습니다. 어차피 끝장을 보자는 것으로 뒤로 갈수록 흥분지수가 높아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디테일적인 측면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편집실수가 가주 등장합니다.


우선 오승민이 핸드폰을 잃어버리고 뒤찾기 위해 동분서주 하는 이유가 그안에 담긴 소속여배우의 동영상때문이라고 했지만 인터넷에 올려진 동영상은 정주임이 아니라 오승민에게 보복당한 동영상 속의 남자주인공이 올린 것으로 보이며 처음부터 그 동영상이 오승민의 핸드폰에 담겨있다는 설정과 맥이 닿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그 동영상은 세상에 오픈되었고요. 하지만 더 큰 일은 나중에 나옵니다. 그러므로 신인 여배우의 동영상은 생각보다 큰 비중을 차지 하지도 않습니다.


둘째 결정적인 오류는 정주임이 오승민을 시켜 평소 자신을 괴롭히는 고객(?)에게 앙갚음을 해달라고 하고 그걸 사진을 찍어 핸드폰으로 보내는 작업을 하도록 합니다. 그런데 나중에 그 피해자가 사건의 사주를 정주임이 했다는 것을 알고 쫒아가 사진을 확인한 핸드폰은 오승민이 잃어버린 핸드폰이 아니라 정주임의 개인 휴대폰(흰색)이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오승민은 정주임의 개인 휴대폰번호를 알고 있었다는 것이므로 말이 안되는 것이죠.


셋째, 마지막 가스 폭발이후 오승민은 약간(?)의 화상만 입고 살아냈고 아내는 죽었고 뱃속의 아이는 정부의 아이가 아니라 자신의 아이였다고 하는데 머리통이 박살이 난(?) 정주임이 화상을 입고 병원에 누워 형사와 인터뷰를 한다는 것이 다소 억지스러웠습니다.


그것말고도 소소한 점이 눈에 거슬립니다. 아무리 통화를 짧게 했어도 습득한 핸드폰을 충전도 하지 않고 어쩌면 그렇게 오래 사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실명을 공개한 마트의 직원들이 보고 마뜩치 않아 하지는 않았을 까 싶네요.

아무리 다른 사람이 시켜서 한일이라고 하지만 차량을 반파 시킬 정도로 부숴놔도 백주대낮에 노인네를 얼굴에서 피가 흥건하게 나올 정도로 패놔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은 무섭다는 생각밖에 안듭니다.


주연배우들의 연기는 나무랄데 없습니다. 엄태웅과 박용우는 맡은 바 역할을 잘 해냈습니다. 그런데 너무 지나치게 두명의 배우에 의존한 느낌이 듭니다. 사건은 매우 많은 것 같은 데 그 역할을 해내는 배우들은 거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조연배우의 실종(?)...그나마 로드매니저로 나오는 황보연 정도만 눈에 띄는데...바꿔 말해 엄포스의 포스로 꾸려진 영화로 낙인을 찍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이영화를 보면서 생활스릴러가 아니라 느와르 영화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80년대 후반 홍콩영화의 주류였던 느와르에 그저 핸드폰이라는 극히 초현대적인 매개체를 덧붙여 놓은 것 같은 느낌, 부인으로 나온 박솔미가 마지막에 한말...그렇게 애기좀 하자고 했는데...영화는 현실속에 우리들을 가로 막고 있는 소통의 부재를 말하고자 한 모양입니다. 하루에도 몇번씩이나 핸드폰을 붙잡고 사는 우리지만 속깊은 말들은 역시 얼굴을 맞대고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요즘 핸드폰을 완전 꺼두고 살아보니 우리가 얼마나 핸드폰에 매여 살고 있는지 알 수 있네요. 처음엔 혹시 중요한 전화가 걸려오면 어쩌지 하고 불안하다가 옆 사람의 핸드폰 소리에도 깜짝 놀라다가 이제는 초탈해졌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참 편해지네요...

참 핸드폰은 잘못된 표현이라고 하네요. 휴대폰이라고 해야 한다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배우들의 무대인사까지 보너스로 받았습니다. 엄포스(엄태웅)이 걱정을 하더군요. 몇몇 안티 기자분들에 맞서서 좋은 내용을 써달라고..배우들이야 고생을 많이 한 영화로 보입니다. 거칠고 다소 난삽한 장면이 많이 나오지만 요즘처럼 세상이 흉흉한 시절 영화는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런데 현실이 팍팍한데 영화마저 우울해서 극장을 나오면서 찬 바람이 더욱 을씨년스럽게 느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