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프라이버시 - [리뷰] 훔쳐보고 조작해도 나올 건 없다

효준선생 2014. 3. 19. 06:30






   한 줄 소감 : 이 영화를 보니 한국의 오늘과 자꾸 겹쳐보인다. 
 





하루에도 수많은 뉴스들이 쏟아져 나온다. 가십처럼 슬쩍 보고 지나갈 것도 많지만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 정도의 사건 사고라면 연관 뉴스들이 줄지어 보도된다. 그리고 나서는 용의자나 범인 찾기에 골몰할 것이고 검찰의 기소와 법원의 판정이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는 어느새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뉴스들. 사회통념이나 정의로 보면 악행을 저지른 자들에게 내려지는 법정형은 언제나 공정하고 이의가 없는 순수한 것이라 수긍을 하고 넘어가곤 한다. 그런데 만약 그 과정에 불순한 의도가 개입했다면, 최소한 누군가는 태클이라도 걸어야 하지 않을까





영화 프라이버시는 영국 런던 북적거리는 시장통에서 벌어진 폭발사고로 12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의 강력한 용의자를 심문하고 재판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가 안고 있는 부조리에 대해 두 명의 변호사의 눈으로 일그러지게 바라보고 있는 스릴러물이다.





엄청난 희생자가 발생했고 당연히 범인이 있을 텐데 터키 이민자 출신이라는 남자를 잡고 보니 어딘지 좀 이상해 보였다. 그런 큰일을 혼자서 했다는 것도, 딱 잡아떼는 모습도 진범이 맞을까 싶었다. 세상에서 가장 많은 폐쇄회로가 설치되어 있다는 영국 런던에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찾아내면 그 자체가 증거물이 되겠지만 그마저도 확보하는 게 여의치 않다. 그리고 가장 큰 걸림돌은 그를 변호하기로 한 두 변호사에 대한 누군가의 압박과 감시였다.





이 영화는 사건과 범인 찾기가 주 목적인 영화가 아니다. 법정에서 벌어지는 끈적한 긴장감보다는 그 외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국가기관의 지저분한 협잡을 밝힐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언젠가 나라를 위해서라면 국민 몇몇쯤은 얼마든지 희생되어도 무방하고 나랏일이라면 그까짓 얼마 되지도 않는 세금으로 여기저기 치덕치덕 쳐 발라도 된다고 생각해 왔다. 최근에서야 여러 시민단체들의 눈이 있고 하는 바람에 덜 했지만 국가주의가 판을 치던 시절엔 일인 통수권자의 말 한마디는 법 이상의 통치수단이었던 때도 있었다. 그리고 그걸 유지하기 위해 세상 사람들은 잘 모르는 기관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얼마나 무슨 정보를 다루는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거기에 연루된 사람들의 근황에 대해서도, 하지만 분명 누군가는 비밀을 누설할 수도, 혹은 자신의 정체에 대해서 얘기할 수도 있다. 그동안 많은 영화를 통해 정보기관에서 일하는 수상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왔다. 그런데 예를 들어 엄청난 사건과 관련된 인물이 그 정보기관을 위해 일을 했던 사람이라면?





이 영화는 바로 이 점에 착안하고 있다. 폐쇄회로라는 영어 제목이 말하고 있듯, 혹시라도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는 불미스러운 일을 해결하기 위해 설치한 폐쇄회로가 역기능을 할 수도 있음을 이 영화는 보여준다. 어차피 기계적 조작도 인간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변호를 하기도 전에 누군가로부터 위협을 받고, 감시를 받고, 증인을 감금하거나 회유하는 일들이 벌어진다면 그게 법리적 정의와 무관한 일일까





거대한 도시의 정경이 여러 번 등장한다. 성냥갑같은 건물과 그 사이를 오고가는 사람들, 비록 사고로 희생당한 사람은 억울하겠지만 그보다 더 억울한 사람이 이 영화에 등장한다. 그리고 정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 자신의 목소리마저 통제당해야 하는 사회에서 이런 게 모두 국가를 위한 것이라는 암묵적 동의가 참으로 무겁게 느껴졌다. 진실은 밝혀져야 하겠지만 밝힐 수 있는 길조차 모두 닫혀있을 때의 기분이 든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프라이버시 (2014)

Closed Circuit 
8.2
감독
존 크로울리
출연
에릭 바나, 레베카 홀, 시아란 힌즈, 짐 브로드벤트, 리즈 아메드
정보
스릴러 | 영국, 미국 | 96 분 | 2014-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