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블라인드 디텍티브 - [리뷰] 탐정도 심안(心眼)이 필요해

효준선생 2014. 1. 22. 07:22






  한 줄 소감 : 명불허전 유덕화, 절친 정수문과 만들어낸 유쾌한 범죄 심리극
 





을 볼 수 없다는 건 세상의 많은 것들을 볼 수 없다는 말이지만 그만큼의 감수성이 생긴다는 말이기도 하다. 특히 성인이 되서 질병으로 인한 실명이후 상실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일텐데, 홍콩의 탐정 존스턴에겐 앞을 볼 수 없기에 얻을 수 있는 것에 더 몰입한다. 눈이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탐정일을 할까 궁금하지만 영화 블라인드 디텍티브에서 그의 활약인 눈 뜬 장님들처러 보고도 놓치기 일쑤인 단서 하나하나에 자신만의 필을 접목시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그의 모습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유덕화는 이번 연기를 위해 굉장히 샤프한 모습으로 탈바꿈한 모습이다. 댄디하게 고정시킨 헤어스타일에 누군가 옆에서 옷 주름이라도 잡아주는 듯 단정한 양복차림으로 맹인용 지팡이가 아니라면 누가 그를 앞 못 보는 장님이라 할까 싶게 깔끔하다. 그리고 그의 곁에서 보이는 눈으로 몸을 사리지 않고 보좌하는 여형사의 정수문과의 호흡은 말할 필요도 없다. 유덕화와 정수문은 홍콩 영화계에선 알아주는 절친인데 각각 가정을 꾸린 유부남, 유부녀임이에도 10년 넘게 여러 작품을 통해 보여준 이들의 호흡은 이번 영화에서도 곳곳에서 오누이 같은 모습을 선보였다.





이 영화는 다소간의 인내심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홍콩에서 지난 10여년 동안 실종된 부녀자들을 찾아내는 두 사람의 노력이 큰 줄거리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최근에 사라진 어느 중학교 여학생의 행방을 따라가는 과정이 중심에 놓여있다. 각종 수사기록과 두 사람이 2인 3각으로 찾아내는 용의자들의 행적을 쫒다보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라진 거고, 왜 그렇게 많은 용의자가 있는 것인지, 뒤로 갈수록 존스턴의 일종의 투시추리가 발동을 하지만 그걸 올곧이 믿고 따라가기엔 너무 추상적인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 드러난 추격전이 큰 성과가 없어 보이며 다소 지루해질 무렵부터는 이 두 사람의 알콩달콩한 로맨스가 빛을 발한다.





사실 홍콩이라는 고도로 집약적인 도시사회에서 사회병리적인 행태를 보이는 몇몇 사이코 같은 인간들의 출현은 어찌보면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특히 중국 본토와 맞닿아 있으면서 받아들여지는 문화적, 경제적 차이에서 오는 심리적 위축이라든지, 혹은 심각한 개인간의 경쟁에서 뒤처진 자들의 일탈이라든지, 홍콩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외곽, 심지어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시골마을, 그런 곳에서 기거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 영화에서도 어떤 작용을 하고 있다.





수많은 부녀자들의 납치와 살인 사건의 전모는 후반부에 드러나고 앞서 두 사람이 캐고 다녔던 과정에서의 의아했던 부분들은 해소가 된다. 살인 용의자가 범행 대상자의 눈을 탐내는 장면과 주인공 탐정이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어느 정도 쌍궤를 이루긴 한다. 멀쩡하게 두 눈을 갖고 있으면서도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경고도 있음을 부인하지는 못하겠다. 상처를 입고 병상에 누워있는 여형사의 얼굴을 만져보며 빙긋이 웃는 맹인탐정의 모습이 개구쟁이 같다. 아름다움은 보이는 그 이상의 것인지도 모르겠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블라인드 디텍티브 (2014)

Blind Detective 
6.2
감독
두기봉
출연
유덕화, 정수문, 곽도, 고원원, 노해붕
정보
스릴러, 범죄 | 홍콩 | 129 분 | 2014-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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