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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렌스 애니웨이 - [리뷰] 조금은 남다른 사랑 방정식

효준선생 2013. 12. 15. 06:09

 

 

 

 

 

 

   한 줄 소감 : 이들은 전생에 형제가 아니었을까 싶다.

 

 

 

 

 

 

랑하는 방식은 참으로 다양하다. 제 3자의 눈에는 도저히 이해가 안될 상황임에도 서로 죽고 못 산다고 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영화 로렌스 애니웨이의 두 주인공의 경우는 정말 독특하고도 독특하다.

 

 

 


캐나다 몬트리올에 사는 로렌스는 프랑스어를 구사한다. 그의 여자친구인 프레드에겐 로렌스는 평생 반려자인 듯싶다.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그래서 두 사람은 함께 살고 밤을 같이 보낸다. 남자는 강의를 하고 여자는 방송일을 하다 만났다. 별다른 이유가 없다면 아마 남자의 서른다섯 생일날 어쩌면 여자에게 프로포즈를 할지도 모르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난데없는 커밍아웃 선언은 두 사람을, 아니 정확하게는 여자를 극도의 혼란으로 빠져들게 한다.

 

 

 


서른다섯이 될 때까지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숨기고 살 수 있었을까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그의 엄마 말로는 어려서 치마를 입고 노는 모습을 보고는 아들이 아니라 딸로 여긴 적도 있다고는 하지만 장신에다 골격만 봐도 듬직한 남성 체형인 그에게 동성애적 취향이라니, 그의 여자친구가 놀라 자빠질 만도 싶다.

 

 

 


이 영화는 본격적인 동성애 커밍아웃이 있은 뒤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시선으로 볼 수밖에 없게 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녀는 그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하던 일을 마저 하고, 로렌스 조금씩 여성성을 드러내는 과정을 묵묵히 지켜볼 뿐이었다. 학교에 여장을 하고 나타나는 바람에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항의를 받기도 하고, 공연히 술집에서 싸움을 벌여 다치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에겐 그런 그의 모습이 자신의 품 안에서 용서하고 다독여야 할 어린 양 정도로 여길 뿐이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그들이 사랑은 첫 번째 이별은 선택한다.

 

 

 


동성애 코드가 없지 않지만 주인공 로렌스에겐 좀 다른 면모가 있다. 본인이 자신의 몸 안의 또 다른 자신을 타인에게 끄집어내는 과정이 다소 힘들었겠지만 그렇다고 그가 동성의 애인을 만나거나 성행위를 하는 장면은 없다. 마치 양성애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옷차림과 화장을 지우면 영락없는 마초맨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보는 눈은 거칠었다. 프랑스의 사회 정서에도 동성애에 대한 시선은 따가웠다. 일례로 레스토랑에서 그의 외모에 지나칠 정도의 호기심을 보이는 종업원과 손님을 향해 로렌스가 아닌 프레드의 일갈은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자신이 사랑이 변해버렸다는 걸 믿기 힘든 그녀, 자기만 인정하고 넘기면 될 줄 알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여전히 사랑하지만 결국 떠날 수밖에 없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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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스와 프레드에게 심적 갈등이나 해소장면에선 판타지스러운 장면들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거실에 앉아 있는 프레드에게 천장에서 물이 쏟아지거나 집 안에서 낙엽이 떨어지거나 혹은 하늘에서 옷이 날린다. 물론 거기엔 걸 맞는 음악들이 흥을 돋운다.

 

 

 


이 영화는 동성애라는 코드로 볼게 아니라 다양한 사랑에 대한 변주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이들은 3번을 헤어지고 다시 그 숫자만큼 만났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결과인지, 해피엔딩인지, 새드엔딩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세상의 별의 별 사랑방정식이 있고 이들의 사랑 역시도 그것들 중의 하나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수시로 변하는 이들의 헤어 스타일 만큼이나 무려 10년의 시간동안 사랑만을 이야기 한 이들의 노고가 대단했다. 영화의 러닝타임이 자그마치 168분이다. 한 커플의 10년 사랑을 다 담아 내는 데 부족할 수도 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나니 사랑을 하면 상대의 어디까지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로렌스 애니웨이 (2013)

Laurence Anyways 
10
감독
자비에 돌란
출연
멜빌 푸포, 수잔 클레망, 나탈리 베이, 모니아 초크리, 이베스 자크
정보
로맨스/멜로, 드라마 | 캐나다, 프랑스 | 168 분 | 2013-12-19